"시세보다 싸다" 청약 열풍에 분양도 봇물

다음 달 아파트 분양 시장이 풍성해질 전망이다. 6월부터 10월 초까지 빼곡히 차 있는 국내외 주요 이벤트와 분양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건설사들이 청약 스케줄을 5월로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에 공급될 신규 분양 아파트는 총 3만5586가구다. '닥터아파트'가 전국의 아파트 공급량을 분석한 2000년 이후 네 번째로 많은 물량이고 매년 5월 기준으로는 2002년(3만5844가구) 이후 최대 규모다.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직전인 2007년 12월(4만8261가구)과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둔 작년 10월(4만2814가구)에 가장 많았다.

◇도심 재개발·대단지 공급 잇따라

다음 달 시장에 선보일 신규 분양 단지는 서울 도심의 재개발 단지와 수도권 택지지구에 주로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용산역 앞에서 각각 분양하는 '래미안 용산'(165가구), '용산 푸르지오써밋'(107가구)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들은 오피스텔과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으로 교통 여건이 뛰어나고 일부 주택에서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 서울 강남 세곡2지구에서는 민간 분양 아파트 400가구가 5월 분양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수도권에서는 광명역세권지구, 하남 미사강변도시, 평택 소사벌지구를 중심으로 1000가구 이상 대단지들이 잇따라 청약을 받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안양 덕천지구에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3190가구)와 GS건설이 김포 풍무지구에서 청약을 받는 '한강 센트럴자이'가 대표적이다. '한강 센트럴자이'는 총 4000가구 이상의 미니 신도시급 단지로 다음 달 1차로 공급하는 아파트(3481가구)의 97%가 중소형(전용 85㎡ 이하)으로 구성됐다.

지방에서는 현대건설이 경남 창원에서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4차'를 분양한다. 전체 1665가구 가운데 92%가 중소형으로 이뤄지고 단지 주변으로 백화점, 대형 마트 등 편의 시설과 자연환경이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청약 열기가 뜨거운 대구와 세종시에서도 약 1300가구(3개 단지), 2600여가구(3개 단지)씩 분양이 예고돼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5월 분양 단지 중에는 주민 편의 시설을 잘 갖춘 대단지(1000가구 이상)가 30% 이상 차지한다"면서 "서울에서는 교통 여건이 좋은 용산·동작·서대문 등지의 재개발 단지가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저렴한 분양가로 5월에도 청약 훈풍 이어져"

건설사들이 분양 채비를 서두르는 이유는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 이후 기존 주택 시장에서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내리는 것과 달리 분양 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분양한 '구서 SK 뷰'는 최고 153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모두 마감했고, 대구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 아파트는 이번 달 409가구 모집에 3만1436명이 신청해 평균 76대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이달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역삼자이' '아크로힐스 논현'은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는 고가(高價) 아파트이지만 1~3순위 청약에서 모두 팔렸다. 반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4주 연속 하락하며 분양 시장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다소 위축되고 5월 주택 공급량이 급증하지만, 청약 열기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우려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집을 내놓는 것도 실수요자를 분양 시장에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11일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5년 전 인근 아파트 분양가(3.3㎡당 2200만~3073만원)보다 400만원 이상 저렴하게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1~3순위에서 모두 팔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수도권 중대형 민간 아파트에 대한 청약가점제 폐지, 분양권 전매 기간 단축 등으로 주택 청약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며 "주택 실수요자들은 교통 여건이 좋고 분양가가 저렴한 대단지 위주로 청약에 나서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