磁器의 붉은 모란… 봄이 피어있구나

붉은 모란이 탐스럽게 피었다. 볼록한 몸체를 따라 둥글게 휜 가지 끝에선 미색 목련꽃이 막 피어난다. 분채(粉彩·도자기에 채색한 기법)로 꽃무늬를 그려넣은 중국 청대(淸代)의 도자기〈사진〉. 봄꽃 장식 화사한 이 꽃병이 전시장 입구에 놓였다.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열리는 '사계화훼(四季花卉)' 특별전은 대표적 봄꽃 모란으로 문을 연다. 모란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꽃. 기원전 약용식물로 재배하다가 수나라 양제(煬帝) 때부터 관상용으로 유행했다. 늦은 봄 풍성하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때문에 미인이나 부귀(富貴)의 상징으로 널리 쓰였다. 붉은 바탕에 모란꽃을 그리고 부챗살엔 알알이 동전을 박은 청나라 채색 부채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꽃과 나무를 소재로 하는 중국 청나라 회화·도자·칠기 작품 62점을 선보인다. 계절의 흐름을 따라 꽃과 나무가 각종 공예와 생활 전반에 걸쳐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살필 수 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 속 무릉도원을 형상화한 도화원도도 봄 코너 한편을 장식했다. 4~5월에 피는 복숭아꽃은 낙원, 영원한 이상향을 상징한다.

여름을 대표하는 연꽃은 흙탕물에서 꽃을 피워 '꽃 중의 군자'라 칭송받는다. 민간에선 씨앗을 많이 맺는다 해서 다산(多産)의 징표로도 여겼다. 전시작 '연화원앙도(蓮花鴛鴦圖)'는 자손을 많이 낳아 번창하라는 뜻이 담긴 그림. 가을꽃 국화, 겨울을 대표하는 대나무 그림도 두루 걸렸다. 종잇장처럼 얇은 상아판에 꽃 문양을 가득 투각한 원형 부채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12월 31일까지. (02)207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