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에도, 외국인 몰리는 수출株는 웃는다

원화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더욱 절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수출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수출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출주는 환율 악재 속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강세와 관계 없이 수출주에 대한 매수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원화 강세에도 수출주 약세

수출주는 원화 강세로 실적 전망이 악화되면서 하락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는 7~12% 내렸고,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도 2~4% 하락했다.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지던 1달러당 1050선이 무너졌다. 환율은 계속 내려(원화 강세) 11일에는 1035.0원으로 하락했고, 이후 1030원대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가치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투자 심리 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료를 싸게 사올 수 있어 이익이 늘어나는 음식료주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은 6.9% 올랐고, 삼양사·오뚜기는 5.7% 상승했다.

◇그래도 오르는 주식들

그러나 모든 수출주가 환율 영향으로 부진한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11.3%, 삼성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은 1~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0.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과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율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향후 전망을 중시해 투자를 늘린 것이 배경이다. 24일 SK하이닉스는 D램 판매량 증가로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은 9일부터 SK하이닉스를 2390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8일 45.63%에서 23일에는 46.31%로 증가했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1~3월 영업이익이 136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를 납품한다.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했다.

주가가 내린 수출주 가운데 일부 역시 외국인이 투자를 늘리기도 했다. 외국인은 이달 9일 이후 기아차를 2439억원, 현대차를 212억원 순매수했다. 원화 강세로 수출주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외국인은 업종과 종목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로 수출주 비중을 줄이고, 환율 하락 수혜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은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코스피지수는 펀드 환매 물량 부담에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외국인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를 멈춘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오해"라면서 "외국인의 매수로 최근 원화 환율이 하락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이달 14일을 제외하고 지난달 26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계속 순매수하고 있다. 이달 9일부터 24일까지 총 1조7654억원을 순매수했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말 이후 24일까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4% 하락했지만,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9% 하락했다. 한국은 일본과 산업구조가 비슷해 수출주는 달러화보다 엔화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출주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고, 동남아 지역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도 개선되고 있다"며 "4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해 3월의 증가율 5.1%를 웃돌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