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人] "中성장률 낮아져도 1등기업 투자하면 돈 벌 것"

"중국 경제성장률이 7%대 초반으로 떨어진다고 왜 걱정하나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는 지금이 중국 대표 기업들 수익률이 올라갈 때입니다."

올 1분기 중 펀드 설정액 200억원 이상 자산운용사 39곳 중에서 수익률 1위(4.46%)를 기록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55) 회장에게 중국 경제와 중국 증시의 앞날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판교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업계 1위 성적을 모두 중국 관련 펀드로 거뒀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중국 대표 기업 60곳에 투자하는 '차이나 리치투게더' 펀드, 중국 부자들의 구매력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글로벌 명품업체에 투자하는 '글로벌 리치투게더' 펀드, 한국 대표 기업들에 투자하는 '코리아 리치투게더' 펀드 딱 3개를 운용 중이다. 코리아 리치투게더 펀드 역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여행,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수혜를 입는 한국 기업들을 추린 것이어서, 강 회장은 "셋 다 사실상 '중국 펀드'"라고 불렀다.

"많은 투자자가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개별 기업 주가도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요. 착각입니다." 강 회장은 경제 성장과 주가가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가가 '주주의 몫'을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동안, 늘어난 임대료와 이자, 인건비 등으로 과실이 배분돼 주주에게 돌아갈 몫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 분야별로 치열한 경쟁이 끝나는 국면에서 1등 기업, 살아남은 기업들이 비로소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말했다. 2007년 6000포인트를 넘었던 상하이 증시는 이후 원자재 값이 오르고 기업 이익이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2000포인트 초반을 헤매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전 고(高)성장 국면에선 오히려 주가가 더디게 오르다, 산업 구조조정이 끝나고 주가가 크게 뛰었다.

"생각해보세요. 2008년 23조 위안이던 GDP가 5년 만에 53조 위안이 됐어요. 그땐 10%대 성장했는데, 지금은 왜 7%밖에 안 되냐고 하는 건, 마치 몸무게가 120㎏인 사람에게 60㎏인 사람과 똑같이 100m를 18초에 뛰라는 것과 같아요." 각 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가진 기업의 경우, 치열하게 경쟁할 땐 가격을 못 올려서 이익을 늘리지 못했지만, 이제 성장률이 정체되고 경쟁 상황이 정리되면 이익이 확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 때 1억원의 종자돈을 156억원으로 불린 전설의 투자 고수로 유명하다. 2002년부터 중국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두고 중국 투자를 해왔다.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은 현지로 날아가 월마트·까르푸·다룬파(大潤發) 같은 대형 마트에 간다. 관심 있는 기업 제품이 매대에 진열된 길이가 몇 뼘인지,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를 체크하고 나서 펀드에 새로 편입할지 아니면 제외할지를 결정한다. "시장만큼 정확한 지표는 없기 때문"이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판교 신사옥은 카카오·안랩·NHN엔터테인먼트 등 유력 벤처기업들에 둘러싸여 있다. "젊은 기업가들 사이에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좋지만, 어디 그뿐이라서 땅 샀겠어요? 앞으로 부동산 가치는 노년층이 많은 곳은 떨어지고, 젊은이가 많은 곳은 오를 거예요. 과거 우리나라 부동산의 수요자였던 세대가 대거 은퇴하고 공급자가 되면 값은 내려가게 돼 있어요.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으로 가야 해요". 사옥 이전 역시 투자 개념에서 설명하면서 "남다른 생각을 많이 하면 돈 벌 기회가 천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