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멘토, 놀란 부쉬넬

히피이자 괴짜에 불과했던 스티브 잡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가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게 도왔던 사람이 여기 있다. 그가 없었으면 아마 지금의 스티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였던 몇 년 전만 해도 애플의 기세는 마치 전 세계를 집어삼킬 듯 대단했다. 단숨에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고, 잡스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으며, 괴팍한 성격과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도 존경받는 경영자가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서점가에서도 애플의 마케팅 총괄 디렉터 ‘켄 시걸’의 이야기가 담긴 <미친 듯이 심플>(문학동네)이나 애플의 천재 디자이너를 다룬 <조너선 아이브>(민음사)에 대한 반응이 괜찮다. 스티브 잡스 외에도 그와 함께 일했던 많은 동료들도 이렇게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는다.

켄 시걸이나 조너선 아이브가 잡스의 동료이자 조력자였다면, 지금의 스티브를 있게 한 실질적인 멘토이자 ‘천재를 키운 천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의 저서가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나는 스티브 잡스를 이렇게 뽑았다>의 저자 놀란 부쉬넬. 잡스의 멘토를 자처하는 사람은 여럿 있지만 실질적으로 잡스가 IT업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잡스의 모든 기행을 눈감아주면서 마음껏 자기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했던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잡스라는 걸출한 괴짜를 받아주고 그가 마음껏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놀란 부쉬넬이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도 “이 책의 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고 극찬했다.

부쉬넬이 70년대 초반 아타리를 창업하여 세계적인 게임 회사로 키우고 있을 무렵, 스티브 잡스는 제 발로 부쉬넬을 찾아온다. 회사 로비로 쳐들어와 부쉬넬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잡스 외에도 많은 인재들이 그런 식으로 제발로 부쉬넬을 찾아왔는데, 부쉬넬이라면 자기들의 괴팍함과 당돌함을 받아주고 자유롭게 일할 기회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자타가 인정하는 스티브 잡스의 멘토이자, 아타리의 창업자요, 게임 산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놀란 부쉬넬이 스티브 잡스와 나눈 여러 번의 대화를 기초로 정리한 것이다. 부쉬넬은 “창조적인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고, 그들과 일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수시로 잡스와 얘기하면서 그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스티브 잡스를 직접 채용하고, 많은 인재들을 끌어 모아 세계적인 스타들로 키워낸 창의성 아이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성장시킨 후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는 것을 취미로 여기며 살아가는 부쉬넬은 어떤 기준으로 인재들을 모으고, 그들을 키워냈을까? 그가 소개한 몇 가지 비결들을 살펴보자.

첫째, 미칠 줄 아는 사람인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들은 한때는 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전화기도 처음 나왔을 때는 직접 보면서 얘기하면 되는데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사람과 말을 할 수 있냐며 외면을 받았다. 자동차도, 컴퓨터도, 비행기도 그랬다. 세상에 영향을 준 아이디어일수록 그것을 내놓는 과정에서 큰 비웃음과 반발을 샀다. ‘미쳤다’는 말에는 몰입, 비전, 끈기, 집요함, 디테일과 같이 많은 가치들이 담겨 있다. 부쉬넬은 겉모습이나 한두 가지 행동보다는 그 분야에 미쳐 있는지를 보았다. 그렇기에 비호감이라도 뽑을 수 있었고, 왕따도 마다치 않았다. 자격증은 무시했으며, 스펙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둘째,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오고 싶은 회사를 만들었다. 부쉬넬은 자신이 잡스를 뽑지 ‘않았다’고 말한다. 단지 잡스 같은 인재가 꼭 와서 일하고 싶은 곳이 되게 했다고 했다. 1970년대 중반, 그가 세운 회사 아타리를 일반적인 대기업과는 달랐다. 당시 대부분의 회사 로비는 마치 영안실처럼 차갑고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아타리는 메인 로비를 전자게임 아케이드처럼 꾸며 놓았다. 로비 전체를 삼나무와 양치류들로 꾸며 정글 느낌이 나게도 했다. 금요일 오후, 할당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맥주파티를 자주 벌였으며, 광고도 독창적으로 했다. 70년대 당시에 이미 “게임하고 돈벌자” “노는 건지, 일하는 건지, 날마다 헷갈려” “7년에 한번씩 유급으로 여름 내내 놀 사람?”과 같은 기발한 구인광고를 냈으며, 실제로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셋째, 모두를 창의적인 존재로 대하라. 창조성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문제 해결책을 내는 사람도 있고,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사람도 있다. 사람을 만나는 데 창의적인 사람도 있고, 문서 작성에 뛰어난 사람도 있다. 마케팅 창의성도 있고, 생산 분야에서 뛰어난 이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창의성 사슬creativity chain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제는 ‘한 명의 천재’에만 그 성과를 기댈 수는 없으며 모든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창의성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쉬넬은 “DNA처럼 연결된 구조 전체가 제자리를 잡고, 이 시스템 안에서 각자가 자기 방식대로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를 위해 형편없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실패한 일에도 상을 주는 파격을 단행한다. ‘과잉행동장애’ADHD 수준의 번잡스런 사람들에게는 여러 다양한 일들을 동시에 맡기면서 인정해주었고, 직원들이 어떤 곳에서 가장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여 적재적소에 두고자 했다.

특별히 이 책 안에는 저자가 스티브 잡스와 나눴던 우정 어린 대화와 만남들이 나온다. 곳곳에 숨어 있는 그런 에피소드들을 찾아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자료제공·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