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치주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중 대다수는 중·장년층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5년간(2008~2012년) 치주 질환에 대해 분석한 결과, 환자 수가 843만 명(2012년)으로 5년 사이 약 2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환자 비율은 50대가 23.1%로 가장 높고, 10명 중 7명은 4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주 질환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염증이 생겨 조직이 손상되고, 치주골이 소실되는 병이다. 비교적 병의 심각도가 낮은 치은염(잇몸 염증)부터 심각한 치주염(잇몸뼈 염증 및 파괴)으로 나뉜다. 염증이 진행되면 기본적인 통증은 물론, ‘붓고 피나고 시리고~’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구취 및 치아와 잇몸 사이에 고름을 동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치주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지만, 이는 단순 ‘노화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고 역설한다.
스케일링 치료만 제때 해도…
치주 질환의 주원인은 치석이다. 치아 표면에 지속적으로 생성된 플라크(치태), 즉 구강 내 세균 덩어리가 제때 제거 되지 않고 굳으면 치석이 되는데, 이것이 쌓여 치아와 잇몸 사이에 염증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치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지름길은 치석 제거에 있다.
경희대 치과병원 최병준 교수는 “치석은 양치질로 결코 제거되지 않는다. 스케일링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치석이 쌓이는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스케일링은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꼴로 받는 것이 적당하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최소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케일링은 지난해 7월부터 연 1회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간혹 스케일링 치료 후 이가 시리고 잇몸에 피가 나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스케일링 자체를 꺼리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그 같은 반응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결코 치아나 잇몸이 손상된 것이 아니다”며 “스케일링은 잇몸 질환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예방법”임을 누차 강조한다.
정기적인 스케일링 치료로 치아를 관리하지 못한 경우 대부분은 치주 질환으로 이어지며, 이때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치주소파술. 마취를 한 후 잇몸 내 깊숙이 기구를 주입해 기존 스케일링으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잇몸 하방의 치석과 세균을 제거하는 것. 치료 부위가 쉽게 아물어 시술 후 바로 식사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둘째, 치주판막수술. 치석 제거 등 보통의 치료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 때 진행된다. 치아 뿌리가 잘 보일 정도로 잇몸을 절개한 다음 그 속에 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것. 치석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잇몸 깊숙한 곳에도 혐기성 세균(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발육하는 세균)에 의한 치석이 존재하는데, 잇몸을 절개해 산소를 들임으로써 그 같은 세균을 없애는 원리다.
치주판막수술로도 개선이 안 되는 경우에는 치아를 빼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통상 임플란트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건 잇몸뼈다. 잇몸뼈가 충분하다면 임플란트 시술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도로 잇몸뼈를 이식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잇몸뼈는 심한 염증으로 인해 상하거나 소실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잇몸뼈는 치아와 공동운명체. 치아를 뺀 후 빈 잇몸을 그대로 방치하면 잇몸뼈가 자연히 소실되기도 한다고.
혈압이나 당뇨,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치료에 극도의 관리가 요구된다. 말초혈관 질환인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잇몸 치료라는 것이 출혈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출혈이 잘 멈추지 않는다. 정상인에 비해 치료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입안 세균이 서식하는 정도도 훨씬 심해 치은염이나 치주염에 걸릴 확률도 높다. 임플란트 시술 후에는 임플란트주위염을 앓기도 한다”고 최 교수는 말한다. 그러므로 치료 시 당 조절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제를 복용하므로 치료 후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임플란트 시술에 주의해야 한다. 뼈의 생성을 유도하는 해당 약물을 오랫동안 복용한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 시술 부위가 아물지 않고 염증이 계속 돼 잇몸뼈, 턱뼈가 괴사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 젊은 환자들과 달리 나이 든 환자는 치료가 쉽지 않다. 실제 괴사로까지 이어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최 교수는 신중한 결정을 당부한다. “내과의와 상의해 복용하는 약물을 바꾸는 등 조치를 취한 다음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게 안전하다.”
조기 검진, 조기 치료가 정답
결국, 치주 질환 역시 여타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 검진, 조기 치료만이 답이다. 최 교수는 “치과 치료는 뭐니 뭐니 해도 초기에 받는 게 현명하다.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으면 그때는 일이 커진다. 1년에 한두 번 은 정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치아와 잇몸 상태를 체크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치주 질환은 생각보다 큰 병이므로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방치할 경우 염증과 부종으로 입원까지 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부종이 기도를 좁혀 호흡 곤란이 나타나기도 한다”고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