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30 09:54

Hobby

우리에겐 자연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꽃과 나무가. 어쩌면 식물을 가꾸는 일은 바쁜 일상에서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우왕좌왕하는 초보 가드너를 위한 솔깃한 제안.

식물을 가꾸는 일이 체력을 단련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는 이상 그 진짜 매력을 짐작하기란 힘들다. “싹이 나서 자라고 열매 맺는 신비로운 창조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기쁨이다. 더욱이 직접 내 손으로 이 같은 창조의 과정을 이뤄냈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가든디자이너(아이디얼가든) 임춘화 대표의 말이다.

가드닝의 핵심은 기초 설계

가드닝(gardening)이란 식물을 가꾸고 다듬고 즐기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야외든, 실내든 혹은 정원이든, 베란다든 상관없다. 조그만 화분 하나를 가꾸는 일일지라도 이는 엄연히 가드닝에 속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가드닝 경험이 있는 가드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다 멋진 가드닝을 위해선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어떤 기술이? 임 대표는 “가드닝에 대한 책이나 자료는 매우 많다. 그러나 대체로 정원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 어떤 꽃에 어느 정도의 물과 비료를 줘야 하는지는 어림짐작으로라도 알고 있다. 가드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처음 정원을 계획하는 기초작업이다. 이에 대해선 배울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거의 없다”고 전한다.

그렇다. 이 나무, 이 꽃을 어떻게 심고 관리하는가의 문제 이전에 어떤 화단에 어떤 나무와 꽃을 매치해 멋진 정원을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먼저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정원에 들일 식물의 색상, 크기, 개화 시기 등을 꼼꼼히 생각해봐야 한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거치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정원을 완성할 수 없다. 초심자들이 꾸민 정원이 산만하고 어색해 보이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구체적 계획 없이 단지 ‘알아서 해달라’는 식이면 결과물에 대한 기대는 접는 편이 좋다.

하나의 정원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이 백지 상태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임 대표는 먼저,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든 리스트’를 작성해 원하는 수종 및 화종, 잔디, 정자, 아치, 산책로 등을 꼽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다음 단계는 보다 구체적인 공간 디자인과 플랜팅 디자인. 공간 디자인이란 말 그대로, 방향을 배치하는 일이다. 어디에 어떤 식물을 심을 것인지, 경사진 지형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그리고 플랜팅 디자인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심고, 어떤 스타일의 혹은 어떤 자재의 정자나 아치 등 시설물을 갖출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모든 것을 꼼꼼히 결정한 이후에는 정해진 대로 심고 만들어 관리하는 일만 남는다.


한 개의 화분으로 시작하는 가드닝

처음부터 넓은 정원을 가꾸는 작업이 부담스럽다면 옥상이나 베란다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좁은 옥상이나 베란다에 자신만의 색다른 정원을 꾸밀 때는 화분을 이용하자. 새 화분을 사도 좋고, 남는 화분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임 대표는 “여러 화분을 조화롭게 배치하거나, 혹은 화분 하나만으로 충분히 멋진 가든을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개의 화분으로 정원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고? 커다랗고 넓적한 화분을 선택해 한 화분에 여러 가지 화종을 섞어서 심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한 개의 화분에 한 가지 화종만 심는데, 그러지 말고 꽃꽂이를 하듯 여러 화종을 조화롭게 심을 것을 권한다. 가령, 화분 가득 무스카리만 심을 게 아니라 히아신스나 튤립, 아이비 등을 듬뿍 섞어 심는 식이다.” ‘믹스 매치’도 과감히 시도해볼 수 있다. 허브와 가지, 해바라기와 강낭콩 또는 튤립과 팬지, 상추를 한 화분에 심어도 아주 멋스럽다.

이때는 물론 가드너의 감각이 필요하다. “단시간에 감각을 기르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렵게 생각 말고 처음에는 색상 매치부터 시작해보자. 색상 테마를 정리해서 심는 것이다. 노랑, 빨강 같은 강렬한 색상의 식물을 한데 모은다거나 블루, 핑크, 바이올렛 같은 로맨틱한 색상을 한데 모으는 것. 색상 테마를 정하면 어수선해 보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임 대표는 조언한다. 일정한 테마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갖다 심는 것은 초보 가드너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라는 사실.

임 대표는 화려한 색상을 즐기는 중·장년층 가드너를 위해 접시꽃, 매발톱꽃, 초롱꽃, 독일붓꽃, 꼬리풀, 폭스글로브, 에키네시아 등을 권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화종일 뿐 아니라 다년생이라 관리하기도 매우 수월하다.


Interview

이런 기쁨,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요?

동화작가 박명희 씨

동화작가 박명희 씨

중견 동화작가 박명희(66) 씨는 안성시 보개면에서 13년째 거주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11년 전 퇴직한 그는 그곳 전원주택에서 남편과 함께 150평 정원과 400평 텃밭을 가꾸며 지낸다. 13년 전 나무 한 그루 없는 빈터에 집을 지은 박 씨 부부는 잔디는 물론이고 나무와 꽃을 손수 심어 현재 정원에는 200여 종의 수종 및 화종이 자리 잡고 있다. 정원 가운데는 잔디밭을 꾸몄고 담장 쪽 가장자리에는 모과나무, 자두나무, 보리수 등 과실수와 목련, 서부해당화, 라일락 등 꽃나무가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 깽깽이, 금낭화, 구슬붕이, 뻐꾹나리, 은방울꽃 등 야생화와 은단초, 디모르포테카, 팬지, 비올라, 아네모네, 꽃양개비, 작약, 모란 등 원예종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한다.

박 씨는 원래 식물에 관심이 많던 사람. 어릴 적부터 화분을 잔뜩 기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까닭이다. “어머니는 이사갈 때 이웃이 버린 화분을 다 거둬들이셨다. 덕분에 우리집 베란다에는 늘 화분이 한가득이었다. 아마도 내가 어머니를 닮은 모양이다.” 별도로 가드닝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은 없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식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미의 박 씨는 식물도감을 끼고 사는 ‘학구파’. “해당 식물의 생리적 특성이나 기르는 방법 등을 다 알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박 씨가 꼽는 가드닝의 가장 큰 비결은 관심과 사랑이다. 식물에게 말을 붙이고, 관심과 사랑을 쏟다 보면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것. “몇 년 전에는 왕보리수가 온 가지가 넘치도록 열매를 맺었더라. 그래서 나무를 보며 ‘몸도 가누지 못하고 이게 뭐냐’고 핀잔을 줬더니 그다음 해엔 정말 거짓말처럼 3분의 1도 안 되는 열매를 매달았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다시 ‘보리수야 미안하다 맘 놓고 열매 매달아도 돼’라고 했더니, 그다음 해에는 종전처럼 많은 열매가 맺혔다(웃음).”

아침이면 커피 한 잔을 들고 정원을 산책한다는 박 씨. 그럴 때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내가 이런 기쁨을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 감사한단다. 더욱이 식물은 그에게 긴요한 삶의 지혜까지 가르친다. “깽깽이나 치오노독사 같은 꽃은 워낙 조그마해 몸을 낮춰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그 아름다움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기 위해선 겸손하게 몸을 낮춰야겠구나 싶다.”

그래도 아직은 ‘선농부’라 실수가 많다는 박 씨는 고된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침 식사 후에는 작업복을 갖춰 입고 정원으로 나가 잡초도 뽑고 물도 준다. “매일같이 일을 한다는 게 때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면 내 나이의 사람들이 가장 선망하는 게 정원이나 텃밭 가꾸며 사는 것 아닌가. 나의 이런 생활을 감사하게 된다. 한편으론 도 닦는 것 같기도 하다. 잡풀을 뽑는 작업이 마치 내 안의 나쁜 것을 솎아내는 것 같아 즐거운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