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의 사진 포착] 날 닮아 우리 애들도… '꽃천지 인생' 代를 잇네요
입력 : 2014.04.30 01:05
[세계꽃식물원장 남기중씨네]
어릴적 꿈인 꽃밭 만들려 7전8기, 10년 전 마침내 식물원 열었죠
꽃 아닌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 없어… 세 자녀도 식물에 푹 빠진 '꽃가족'
"어른이 되면 섬을 하나 사서 꽃밭을 만들 거다. 꿩도 사서 기르고." 서울로 전학 온 과수원집 꼬마가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이러구러 세월이 흐른 끝에 올해 쉰일곱 된 사내 남기중은 꿈을 이뤘다. 그는 충남 아산에 있는 세계꽃식물원 원장이다. 한 해 관람객이 20만명이 넘는 큰 식물원이다. 큰딸 남슬기(30)는 카이스트(KAIST) MBA 과정을 끝내면 합류할 거다. 첼로를 전공한 둘째 딸 빛나(27)는 식물원 팀장이다. 막내아들 귀현(21)은 농수산대학교에 다닌다. 식물원 가족이다.
과수원에서 자란 아이이니 달리기와 삽질은 잘했다. 그래서 원예반에 들어갔다. 공부보다 흙과 꽃이 좋았다. 그래서 중학교 때 선언했다. "아빠, 나 고등학교 안 가고 고등공민학교 가서 꽃 배울랍니다." 남기중은 "그때 난생처음 아빠한테 얻어맞았다"고 했다. 질질 끌려가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공부 대신 암벽을 탔다. 예비고사를 앞두고 산악회 사람들이랑 에베레스트 원정을 계획하다 발각돼 또 죽도록 맞았다. 결국 4년제 대학은 떨어지고 신구전문대 원예과로 갔다. 식목일이던 1976년 4월 5일, 산을 끊겠다고 선언하고 학교 농장에서 먹고 자면서 원예를 배웠다. 이듬해에 건국대 원예과 편입시험을 보고 들어갔다. 인생은 그렇게 꽃밭으로 빠져들어 갔다. 군대를 다녀오니 신구대 신입생 환영회 때 봤던 여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결혼했다. 여자 이름은 윤석원, 2년 연상이다. "이 여자 없었으면 내 인생도 없었다"고 남자가 말했다.
과수원에서 자란 아이이니 달리기와 삽질은 잘했다. 그래서 원예반에 들어갔다. 공부보다 흙과 꽃이 좋았다. 그래서 중학교 때 선언했다. "아빠, 나 고등학교 안 가고 고등공민학교 가서 꽃 배울랍니다." 남기중은 "그때 난생처음 아빠한테 얻어맞았다"고 했다. 질질 끌려가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공부 대신 암벽을 탔다. 예비고사를 앞두고 산악회 사람들이랑 에베레스트 원정을 계획하다 발각돼 또 죽도록 맞았다. 결국 4년제 대학은 떨어지고 신구전문대 원예과로 갔다. 식목일이던 1976년 4월 5일, 산을 끊겠다고 선언하고 학교 농장에서 먹고 자면서 원예를 배웠다. 이듬해에 건국대 원예과 편입시험을 보고 들어갔다. 인생은 그렇게 꽃밭으로 빠져들어 갔다. 군대를 다녀오니 신구대 신입생 환영회 때 봤던 여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결혼했다. 여자 이름은 윤석원, 2년 연상이다. "이 여자 없었으면 내 인생도 없었다"고 남자가 말했다.
인생, 종묘회사에 취직해 '선생님' 소리 들으며 씨앗 팔 때는 좋았다. 회사를 관두고 고향 아산으로 내려가 화훼단지를 만들었을 때도 의기양양했다. 문제는 88올림픽이었다. 성화 봉송로 주변에 심겠다고 주문받은 국화 5억원어치를 1만평 단지에 길렀는데 주문이 취소된 것이다. 손에는 딱 150만원, 팔에는 유치원 다니는 슬기와 젖병 물고 있는 빛나 두 딸이 있었다. 그때 '이 여자 윤석원'이 "이참에 외국 가서 공부나 하시지" 했다.
그래서 호주로 갔다. 1988년이다. 낮에 공부하고 밤에 청소하며 돈을 벌었다. "청소 하나는 원 없이 해봤다"고 했다. 그러다 돈 떨어지고 향수병이 도져 1990년 귀국했다. 공부는 중단했다. 빈털터리 사내는 또 다른 종묘회사에 취직했다. 그때 초등학생 시절 꿈이 재발했다. 이번에는 '가든센터 프로젝트'. 꽃과 원예용품을 파는 가게와 식물원이 융합된 문화공간이라고 했다. 또 회사를 관뒀다. 고향에 내려가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1994년이다. 정부 지원금 12억원을 포함해 농민들 돈 45억원이 들어갔다. 3년 만에 IMF가 닥쳤다.
"인생, 완전히 거덜 났다"고 했다. 수출은 물론 내수도 망했고 결국 부도났다. 법적 대표였던지라 집은 먼지 한 톨까지 차압 딱지가 붙었고 농장은 경매로 넘어갔다. 그런데 다 팔아도 빚보다 적었다. "그래서 채권단이 벌어서 갚으라고 기회를 줬다"고 했다.
남은 조합원 3명이 투자자를 모아 농장을 되샀다.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줄였다. 유리온실 8000평 가운데 2800평이 남았다. 그게 과수원집 전학생이 꿈꾸던 '섬마을 꽃밭'이 된 것이다. 2003년이다. "결혼식, 장례식, 개업식에 꽃이 다 나간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자신을 위해 꽃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꽃을 즐기는 문화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꽃을 찾으리라 확신했다."
식물원 개장 예정일은 2004년 3월 19일. 그런데 식물이 없었다. 돈도 0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주변 농장은 물론 알음알음 알던 사람들이 꽃들을 보내준 것이다. "어떤 할머니가 '난 볼 만큼 봤으니 이제 사람들 보여주라'며 19년을 키운 나무를 줬다. 또 이집트에서 가져온 씨앗을 싹 틔워 10년 키운 난초라며 보내준 이도 있었다. 여기 있는 난초들은 다 사람들이 보내준 귀한 것들이다." 그리하여 꽃 사태(沙汰) 속에 예정된 날 식물원이 문을 열었다.
잔인한 이 봄날, 유리온실 속에서 꽃들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꽃이 너무 많아서, 무덤덤하고 슬픈 사람도 꽃들로부터 치유를 받는다. 부인 윤석원은 남편이 벌여놓은 일 뒤치다꺼리를 하고서 '8시 뉴스가 되기 전에' 곯아떨어진다. "제발 이제는 새 꿈은 꾸지 마시라"며 동생 같은 남편을 다독인다. 그 힘든 인생을 보고 자란 삼 남매가 또 그 인생을 따라 할 작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호주로 갔다. 1988년이다. 낮에 공부하고 밤에 청소하며 돈을 벌었다. "청소 하나는 원 없이 해봤다"고 했다. 그러다 돈 떨어지고 향수병이 도져 1990년 귀국했다. 공부는 중단했다. 빈털터리 사내는 또 다른 종묘회사에 취직했다. 그때 초등학생 시절 꿈이 재발했다. 이번에는 '가든센터 프로젝트'. 꽃과 원예용품을 파는 가게와 식물원이 융합된 문화공간이라고 했다. 또 회사를 관뒀다. 고향에 내려가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1994년이다. 정부 지원금 12억원을 포함해 농민들 돈 45억원이 들어갔다. 3년 만에 IMF가 닥쳤다.
"인생, 완전히 거덜 났다"고 했다. 수출은 물론 내수도 망했고 결국 부도났다. 법적 대표였던지라 집은 먼지 한 톨까지 차압 딱지가 붙었고 농장은 경매로 넘어갔다. 그런데 다 팔아도 빚보다 적었다. "그래서 채권단이 벌어서 갚으라고 기회를 줬다"고 했다.
남은 조합원 3명이 투자자를 모아 농장을 되샀다.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줄였다. 유리온실 8000평 가운데 2800평이 남았다. 그게 과수원집 전학생이 꿈꾸던 '섬마을 꽃밭'이 된 것이다. 2003년이다. "결혼식, 장례식, 개업식에 꽃이 다 나간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자신을 위해 꽃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꽃을 즐기는 문화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꽃을 찾으리라 확신했다."
식물원 개장 예정일은 2004년 3월 19일. 그런데 식물이 없었다. 돈도 0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주변 농장은 물론 알음알음 알던 사람들이 꽃들을 보내준 것이다. "어떤 할머니가 '난 볼 만큼 봤으니 이제 사람들 보여주라'며 19년을 키운 나무를 줬다. 또 이집트에서 가져온 씨앗을 싹 틔워 10년 키운 난초라며 보내준 이도 있었다. 여기 있는 난초들은 다 사람들이 보내준 귀한 것들이다." 그리하여 꽃 사태(沙汰) 속에 예정된 날 식물원이 문을 열었다.
잔인한 이 봄날, 유리온실 속에서 꽃들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꽃이 너무 많아서, 무덤덤하고 슬픈 사람도 꽃들로부터 치유를 받는다. 부인 윤석원은 남편이 벌여놓은 일 뒤치다꺼리를 하고서 '8시 뉴스가 되기 전에' 곯아떨어진다. "제발 이제는 새 꿈은 꾸지 마시라"며 동생 같은 남편을 다독인다. 그 힘든 인생을 보고 자란 삼 남매가 또 그 인생을 따라 할 작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