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그릇에 어떤 茶 담느냐보다 마음이 담겨야죠

"차(茶)를 마시는 자리는 가족과 친구, 사회가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예요. 요새 다들 바빠서 서로 얼굴도 잘 못 보잖아요. 이 소통을 돕는 중요한 매개체의 하나가 찻그릇이고요."

33년간 찻그릇(茶具)을 만든 도예가 연파(蓮波) 신현철(59) 명장이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도자예술 2014'전(展)을 열고 있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 광주시가 연 왕실도자기축제에서 명장으로 지정됐다. 그는 "요새는 스님들도 커피를 즐기는가 하면, 일반인 사이에선 홍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홍차를 위해 크기는 키우되 간소하고, 색상이 다양한 찻그릇도 만들어 보았다"고 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시기에 전시회를 가져 안타까워요. 저도 마음 아파서 개막 전 사흘간 거의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경기도 광주·이천·여주에서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도 9월로 연기됐죠. 하지만 내 본분은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요."

신 명장의 다구는 한국 최고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전시회만 한국에서 30여회, 일본·미국·독일·중국·핀란드 등 해외에서 10여회 열렸다. 중국 산둥성 치박시 도자박물관,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연사박물관, 일본 지바현 가와무라기념미술관 등 해외 7곳의 박물관에도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1997년 LA 전시회 때는 사흘 만에 다 판매됐다. 그는 "초록색 찻그릇 표면에 별이 빛나는 것 같은 '천목(天目)'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미국인들이 그걸 참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전시회에서나 찻자리를 만들어 직접 만든 찻잔으로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한다. "LA에서 한 교포가 중학생 아들을 데려와 '이게 우리 거야'라고 하더군요. 1999년 일본 가와무라미술관 초대전 땐 하루 1만명이나 들렀어요."

그는 한국에서 다구 문화가 발달하기 전인 1980년대 초반부터 연꽃·참새·무궁화·닭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그만의 독특한 찻그릇을 만들어왔다. 20가지가 넘는 디자인 특허와 의장등록도 냈다. 대표적인 것이 연잎 다구. "차를 많이 마시는 스님들 바랑에 들어갈 찻그릇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에 불교의 상징인 연꽃에 착안했다"며 "이걸 만들려고 3년간 고민하며 80가지 연꽃을 집 마당에서 키웠다"고 했다.

신현철 명장도 젊었을 때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깊은 산에 들어가 머리와 수염이 자라도록 내버려뒀다. 지금도 그는 상투 틀고 수염을 기른다. 그러다 1981년 내려와 한 고미술 전시회에 가서 백자를 봤다. 그가 "조선백자 잘 만들었다"고 하자 60세 넘은 노신사가 "고려 백자"라고 했다. 그 노신사는 미안했던지 "입술에 대 보라"고 했다. 그는 "그때 감촉이 잊히지 않는다"며 "첫 딸을 낳아 뽀뽀했을 때처럼 부드러웠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차를 마시자는 운동을 하며 예절 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는 순서를 통해 질서와 예절을 배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