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 "과자의 본질은 기쁨… 예술의 맛 加味할 것"

서울 시청에서 자동차로 50분이면 닿는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부곡리 132-14번지 일대의 산과 계곡 100만평 땅은 '아트밸리(art valley·예술 계곡)'로 불린다. 숲 사이사이에 국악(國樂)공연장·예술 체험장·국악 학교·조각 스튜디오 같은 수십 개의 시설이 있고 길옆에는 조각품이 즐비하다. 아트밸리를 만든 윤영달(69)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에게 취지를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자의 본질은 기쁨입니다. 고객은 과자를 통해 기쁨을 얻으려고 해요. 우리는 과자에 예술을 입혀 기쁨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는 "과자 산업은 이미 성숙 단계로 접어들어, 싼값이나 좋은 맛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신 그는 '예술 경영'을 필살기(必殺技)로 잡았다.

"모든 임직원에게 판소리와 조각을 가르치고, 국악인 등 예술인을 후원하고, 거래처인 소매점 주인들을 불러 국악 공연을 보여줍니다. 이런 활동으로 회사 이미지가 높아지고, 예술적인 과자가 나올 수 있고, 소매점 주인들이 우리의 국악 공연에 감명받아 물건을 많이 팔아줄 수도 있습니다."

한 예가 고려청자 초콜릿이다. 해태제과는 청자의 모습에 녹차초콜릿으로 비슷한 색을 낸 초콜릿을 만들어 서울 삼청동 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팔고 있다. 그림을 새긴 과자도 출시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1주일 내내 아트밸리에서 머물며 '예술 경영'을 한다. 이 땅은 그의 부친인 고(故) 윤태현(尹台鉉) 크라운제과 회장이 1982년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샀다. 하지만 윤 회장은 "서울과 가까워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과자 팔아 돈을 번 회사가 극소수를 위한 골프장을 지으면 욕을 먹는다는 이유로 내가 반대했다"고 했다.

"경영이 안정된 2007년 이곳의 쓰임새를 아트밸리로 정했습니다. 그 뒤로도 산을 덜 훼손하면서 시설을 만들다 보니 7년이나 흘렀네요. 완성하려면 앞으로도 몇 년 더 걸릴 겁니다."

그가 예술의 중요성에 눈 뜬 계기는 부도를 맞았던 1990년대 말, 혼자 오른 북한산에서 우연히 들은 대금 소리였다.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는 듯한 슬픈 소리에 취한 후 국악을 배웠고 창신제·대보름명인전·전국 아리랑 경연대회·국악꿈나무 경연대회 같은 크고 작은 국악 행사를 후원했다. 지난해 국악에만 3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그는 "직원 교육을 포함해 작년 한 해 예술 분야에 쓴 돈이 100억원 정도 된다. 회사에만 부담을 주는 것이 싫어 내 돈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쓴 돈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自信)한다. "눈으로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10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겁니다."

덕을 본 적도 이미 몇 번 있다. 윤 회장은 2000년대 초 국악 공연을 열어 거래처인 소매점 주인들에게 초대장을 나눠줬다. 그런데 공연 날 소매점 주인들이 아닌 그들의 부모님들이 대거 나타났다.

"공연을 본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좋다고 했고 그 얘기를 들은 점주들이 우리 제품을 손님 눈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놓더라고요."

그는 예술 경영을 전 사회로 확산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에도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자"는 취지로 작년부터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 올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국악인, 일반인 등이 모여 판소리 공연·굿판·춤판·길놀이 등을 벌인다. 조선시대 노래를 모은 '기완별록(奇玩別錄)'을 바탕으로 19세기 경복궁(景福宮)을 중건하고 대원군이 벌였던 잔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윤 회장은 "건전한 놀이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업인도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아리랑 페스티벌을 한국 대표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