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지 5년, 시화집으로 돌아온 그들

영문학자 장영희 전 서강대 교수와 화가 김점선 5주기를 맞아 시화집(詩畵集) '다시, 봄'(샘터)이 나왔다. 장영희가 2004~2005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영미시 산책' 중 사계(四季)를 노래한 시를 골라 묶었다. 장영희와 절친했던 화가 김점선의 그림도 나란히 실렸다. 김점선의 그림 전시회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샘터 갤러리에서 열린다.

김점선은 2009년 3월 22일, 장영희는 5월 9일 암 투병 끝에 각각 세상을 떴다. 장영희는 암 진단을 받고선 "신은 재기(再起)를 위해 쓰러뜨린다"며 병마(病魔)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김점선은 암을 '앎'이라고 불렀다. "암에 걸리고 나니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운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다시, 봄'은 절망 속에서도 긍정의 힘을 잃지 않았던 인문학자와 예술가의 희망 노래를 화창한 봄날에 되살리는 책이다.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꽃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 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 미국 시인 새러 티즈데일의 시 '연금술(Alchemy)' 전문이다. 장영희가 5월에 읽을 시(詩)로 꼽으며 우리말로 옮겼다. 장영희는 데이지꽃에 자신을 투영해 이렇게 해설했다. "우리 마음의 잔에는 쓰디쓴 고통만이 담겨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을 찬란한 지혜, 평화, 기쁨으로 바꾸는 것이 삶의 연금술이지요."

장영희가 번역한 모드 M 그랜트의 시 '5월은…'에선 '꽃 피는 나무 하나하나/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다발'이란 구절이 나온다. 장영희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꽃비 내리는 이 아침, 아픈 추억도 어두운 그림자도 다 뒤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5월 속에 있으니까요." 그런 5월이 왔지만, 지금 온 나라가 울음바다에 빠져 있다. 그래서 장영희가 번역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더 큰 울림을 일으킨다.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중략)/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한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암을 앓고 있는 이해인 수녀는 "이 책은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봄 편지,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라고 추천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