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시실리에 골프 여행을…

지난주 이탈리아 시칠리 섬에 있는 Verdura 골프 리조트에 다녀왔다. 마피아의 본거지로 불리는 시칠리 섬 서부 해안에 위치한 이 골프리조트는 바다와 언덕을 끼고 East와 West 코스로 불리는 2개의 18홀 챔피언십 코스와 파 3의  9홀 코스 외에 스파, 실내외 수영장, 테니스코트 등 골프 마니아와 가족들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으로 가려면 시칠리 북서부에 위치한 Palermo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편을 이용하면 되고, 공항에서 차를 빌려 가거나 호텔에 택시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이 모두 왕복 400유로 정도가 든다는 점이다. 공항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이 리조트는 유럽 유명 호텔 체인 Rocco Forte Hotels의 일원이며 오너인 Rocco Forte도 시간 날 때 room 1을 자신의 방으로 쓰면서 골프를 즐긴다.
 
프런트 데스크와 레스토랑이 있는 메인 건물과 나머지 방들이 있는 10개 정도의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곳은 스위트룸은 해변 가까운 앞쪽에 1층으로, 일반 룸은 2층 건물로 모든 방에서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지어졌으며 1층에 있는 방에서는 바로 잔디밭으로 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곳 골프코스의 첫 번째 특징은 굉장히 길고 그린도 어렵다는 점. 파 4가 보통 남자 티 박스 기준 460m(야드보다 1.2배 정도 길다) 정도다. 게다가 바람이 많은데 맞바람이 치면 장타자들도 2온이 힘들다. 그린은 굴곡이 많고, 넓고, 잔디 결(grain)이 있어서 처음 치는 경우 오르막 내리막 분간이 힘들다. 그래서 어프로치를 깃발 옆에 갖다 붙여도 1퍼트로 넣기가 쉽지 않다.
 
바다를 끼고 있는 홀은 절경이지만, 바람이 세게 불면 샷을 하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 처음 칠 때보다는 나았지만, 5일간 매일 치면서 파를 한 숫자를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여기서 PGA European Tour Italian Open이 개최됐었다.
 

여기는 음식도 아주 좋다. 근처에서 나오는 싱싱한 채소, 바다에서 잡힌 해산물, 게다가 시칠리 섬에서 생산되는 와인까지 곁들여 하루 종일 운동해도 먹는 것 때문에 체중 관리가 쉽지 않다.
 
사실 이곳은 시칠리의 유적을 관광하기에는 좀 멀다. 유적지는 시칠리 동남부에 위치하고 시칠리의 화산인 Etna 산도 3시간 넘게 운전해야 갈 수 있다. 골프와 유적 관광을 시칠리에서 같이 하려면 1주일에서 열흘은 잡아야 넉넉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여름에는 30도를 오르내리니 골프하고 나서 수영장이나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쉬고, 겨울에도 13~14도 정도로 춥지 않아 골프하고 실내수영장과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와인이나 맥주를 기울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있을 때 기아자동차가 아마 현지 카 딜러들을 모아 커다란 행사를 하는 것 같았다. 빨간색 기아차 현수막이 휘날리고 기아 티셔츠를 입은 현지 직원, 오고 가는 기아 차들, 어떤 이는 기아자동차라고 앞에 크게 수놓은 후디셔츠를 입고 있었다.
 
우리 차가 시칠리에서 잘 팔리는 거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