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많은 '방·페·시(방직·페인트·시멘트株' 증시에서 떵떵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큰 등락 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자산주'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자산주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이나 토지 등의 가치가 높은 주식을 뜻하는데, 대개 최근 몇년간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시멘트와 방직·섬유, 페인트 관련주들이 그 주인공이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시기에 자산의 가치가 높으면서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알짜 자산주 뜬다

시멘트 제조업체 성신양회는 올 들어 주가가 92% 넘게 올랐다. 성신양회는 지난해 주가가 5000~ 600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연초부터 강세, 최근 1만2000원을 넘어섰다. 성신양회의 지난해 재무제표상 투자부동산액은 4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이 기업의 시가총액(1388억원)의 31.2%를 차지했다. 투자부동산이란 기업이 투자나 비영업용으로 소유하는 토지와 건물 및 기타 부동산을 의미한다.

시가총액과 비교해 자산이 많은 진양홀딩스와 대상홀딩스, 한국종합기술 역시 올 들어 주가가 각각 53~65% 올랐다. 진양홀딩스는 지난해 말 시총 대비 투자부동산 비중이 127.6%, 대상홀딩스와 한국종합기술은 각각 55.1%, 56.4%에 달한다.

이 밖에도 시총 대비 자산 비중이 35%가 넘는 한진칼·유진기업·한신공영·태평양물산·F&F·BYC 등도 올 들어 주가가 25~36% 올랐다.

◇사양산업 자산주 기지개

올 들어 주가가 치솟는 자산주 중에는 소위 사양산업에 속하는 기업이 많다. 시멘트와 방직·섬유, 페인트 산업 등 최근 몇년간 존폐 위기에 놓였던 산업 내 종목이 대부분이다. 건설·운송업 등과 함께 부진했던 업황 회복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성신양회와 같이 시멘트주에 속하는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올 들어 주가가 각각 44%, 37% 넘게 올랐다. 두 기업의 시총 대비 투자부동산 보유 비중은 각각 28.2%, 8.4%다. 시멘트주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며 전방산업인 건설주와 함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멘트 가격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며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건설·건축·운송 사업을 하는 한국종합기술, 유진기업, 한신공영과 서부T&D·이테크건설·태영건설 등도 연초 이후 주가가 9~53% 상승했다.

방직·섬유주도 마찬가지다. 경방은 올 들어 주가가 24%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일신방직은 18% 넘게 상승했다. 두 기업은 시총 대비 투자부동산 비중이 각각 292.8%, 64.4%에 달한다.

이 밖에도 관련 사업을 하는 BYC ·태평양물산·코오롱·F&F 등은 올 들어 주가가 22~ 29% 올랐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원재료인 면화 가격이 하락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이 올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며 국내 섬유업체들이 베트남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미국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외 페인트 사업을 하는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는 물량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에 연초 이후 주가가 41 ~45% 이상 올랐다.

◇자산주 매력 높아져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거듭하며 자산주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자산주는 코스피지수 약세가 예상될 때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엔 박스권에서도 자산주가 뜬다는 것이다. 성장성이 높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실적이 안정적인 점도 자산주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중위험 중수익' 선호 현상과도 맞물리며 펀드매니저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의 오현석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주가가 덜 내리는 종목을 많이 찾고 있다"면서 "자산가치가 높으면서도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큰 기업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