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녀 얻은 기쁨, 7년간 수없이 많은 詩로 담았죠

라종억(67)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은 2007년 첫 손녀를 본 후 느낀 감정을 수많은 시로 썼다. 최근에는 이를 모아 시집 '유지(손녀 이름) 신발이 점점 커진다!'를 펴냈다. 라 이사장은 "손녀는 내가 사랑하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의 표징(表徵)"이라며 "사랑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시집을 냈다"고 했다.

시는 어렵지 않다.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느꼈을 법한 감정을 쉬운 말로 썼다. '태어난 지 19개월/ 손녀의 첫 뽀뽀, 쪼~옥/ 입술 닿은 볼에서 가슴으로 동그라미 그리며/ 손끝 발끝까지 퍼져나간다/ 숲이 흔들린다/ 지진이 난다' '유지가 밥을 한입 가득 받아먹으면/ 왜 내가 배가 부른지 몰라' 이런 식이다.

그는 "사랑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며 "자기 자식, 손주에게 느끼는 이런 감정이 잘 보존되고 널리 전파돼서 정치나 행정 등 사회 각 분야에도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감정을 오래 간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하는 기술을 배워야 해요. 그게 모여서 문화가 됩니다."

라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도 사람들이 느낀 비통한 감정을 잘 기록하고 후세에 전달해야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지가 놀다 문고리에 이마를 다쳤다/ 내 마음이 뻥 뚫렸다/ 밤새 자다가도 아프다'. 그는 손녀가 다쳤을 때 쓴 시를 펼쳐 보이며 "세월호 사고 때도 똑같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1998년 통일문화연구원을 설립해 남북 주민 간 문화적 접근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라 이사장의 부친은 '백봉 신사상'으로 유명한 라용균 전 국회부의장(1984년 별세)이고, 형은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라종일 전 주일 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