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 잡는 음악의 향연

음량이 약한 바로크 악기로 연주하면서도 공연장을 꽉 채울 만큼 풍성한 소리가 났다. 대나무 숲을 바람이 스치듯 사각사각하면서도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7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의 '사계(四季)'는 여전히 도전적이고 창의적이었다. '피아니시모'(여리게)에서 '포르테'(강하게)로 마술처럼 순식간에 소리가 바뀌었고, 연주는 300년 전 음악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모던했다.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53)가 1990년 창단한 이 앙상블 대표작은 역시 비발디 '사계'. 참신한 해석이 담긴 비발디 '사계' 음반으로 '이무지치'의 아성에 도전, 선풍을 일으켰다. 2004년 첫 내한 공연에 이어 네 번째 내한했다. 제5회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이다.

2009년 시작한 서울국제음악제(예술감독 김민)가 오는 29일 일본 뉴재팬 필하모닉 공연까지 9차례 이어진다. 주목할 만한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살바토레 아카르도(18일) 독주회와 미녀 4인방의 크로스오버 클래식 '코믹 콰르텟 살뤼 살롱'(11일), 현대음악 거장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특별 콘서트(26일·이상 예술의전당).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 아카르도(73)는 '이무지치' 리더 출신으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 등을 연주한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가 '독일 최고의 문화사절단'으로 극찬한 '살뤼 살롱'은 2000년 독일 함부르크 출신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안젤리카 바흐만이 주축이 돼 결성한 실내악단. 바흐와 레이 찰스, 모차르트와 피아졸라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화려한 무대 매너와 테크닉을 자랑한다. 이번엔 브람스 '헝가리 무곡'과 리스트 '사랑의 꿈' 등을 연주한다.

작곡가 구바이둘리나는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함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두 개의 길'을 세계 초연하고, 바리톤(정록기)과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 '루바얏'과 피아노와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인트로이투스'를 국내 초연한다. (02)585-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