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貨 강세에 돌아서는 외국인… 수출주 이중苦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원화 강세)했다. 원화 환율이 1000원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000억원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원화 강세로 한국 증시가 비싸졌다는 분석 속에 매도로 돌아섰다. 하지만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일부 기업은 순매도 바람 속에서도 외국인이 매수에 나섰다.

◇원화 강세로 외국인에게 더 비싸진 증시

올해 1달러당 1060~1070원 선을 유지하던 원화 환율은 4월 들어 급락하기 시작했다. 3월 말에 1달러에 1064.7원이던 환율은 한동안 1030원 선을 유지하더니, 지난 7일 1022.5원까지 하락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원화는 달러화에 비해 4% 절상됐다.

원화 강세의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4월 들어 유로화와 일본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 정도 가치가 상승했다.

외국인은 달러 약세·원화 강세 상황 속에 한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일(거래일 기준) 연속으로 순매도했는데, 이 기간 순매도 총액은 1조원이 넘는다.

이번 외국인 순매도는 달러화를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많이 상승해 외국인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적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를 달러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2월 초 저점과 비교해 현재 수익률은 10%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 때 외국인이 환차익을 노리고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그동안의 사례들과는 차이가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의 원인은 미국 경기 회복 우려와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경기 둔화 등"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매력이 낮아져 외국인이 증시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 기업 실적을 봐야

원화 강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 환율 요인으로 자동차의 해외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4월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8~9% 내렸다.

외국인도 수출주를 주로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지난달 28일 이후, 외국인은 현대차를 2555억원, 삼성전자는 1343억원, 현대모비스는 464억원 순매도했다.

그러나 환율 변수로만 매도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스피지수 하락을 주도한 대형주 가운데, NAVER는 2344억원, 삼성중공업은 1043억원 순매도했다.

NAVER는 최근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트위터·페이스북·구글 등 IT 기업의 주가가 과대 평가됐다는 분석에 약세를 보인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362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어닝 쇼크에 증권사들은 잇달아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반대로 일부 종목은 코스피지수의 부진 속에 외국인이 순매수했다.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후 6일간 한국전력을 961억원, SK하이닉스를 633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판매 호조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넘게 증가한 1조573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전기 요금 인상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