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로, 설치물로… 白磁의 재탄생

백자는 이 땅의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풍만한 곡선과 담박한 색채, 절제된 미감에서 수많은 작가가 모티브를 얻었다. '달항아리 작가'라고 할 만큼 달항아리를 집중적으로 그렸던 수화(樹話) 김환기, 자신의 호를 도자기의 샘이라는 의미로 '도천(陶泉)'이라고 지은 도상봉이 대표적이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서울미술관에서 8월 31일까지 열리는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는 한국 미술에서 숨 쉬고 있는 백자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다. 백자를 소재로 우리의 전통 미감을 드러낸 근현대 작품과, 현대적 맥락에서 백자를 차용하거나 의미를 넓힌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근대부터 오늘까지, 27명의 작품 56점이 펼쳐보이는 '백자 예찬'이다.

전시장 곳곳에 둥근 달이 떴다. 먼저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화폭 속 백자를 살펴보는 '백자, 스미다' 섹션으로 문을 연다. 달항아리를 소재로 그린 김환기의 작품은 8점이 걸렸다. 특히 김환기의 1940년대 작품 '섬 스케치'는 작가의 초기 조형적 실험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에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작가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안좌도를 배경으로 아낙들이 항아리를 이고 가는 풍경을 담았다. 반세기 동안 한국을 떠나 있던 그림은 지난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와 서울미술관이 구입했다. 도상봉은 라일락과 개나리가 꽂힌 항아리의 정물적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박서보·이동엽·정상화의 1970년대 단색조 회화 작품은 백자의 미학을 추상적으로 담아냈다.

21세기 들어 백자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전시된다. 두 번째 섹션 '백자, 번지다'에서는 백자 모티브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극사실적으로 재현한 고영훈, 물감을 쌓아 올려 홀로그램처럼 백자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손석, 백자를 2차원처럼 보이도록 한 이승희의 작품 등 백자를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한 작품들을 만난다.

마지막 섹션은 백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현대 도예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백자, 이어지다'. 백자 복원에 평생을 바쳤던 한익환, 광주 왕실 도자기 초대 명장인 박부원, 조선시대 청화와 철화백자의 미감을 재현해내는 한상구 등 조선 백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작가들의 백자 작품을 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은 "그동안 백자를 테마로 한 전시는 많았지만 회화부터 입체, 설치, 현대 도예가의 백자까지 고루 어우러진 전시는 처음"이라고 했다. 관람료 성인 9000원, 초·중·고생 7000원. (02)395-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