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름 펴지며… 김포·평택·용인 집값 꿈틀

지난 11일 오후 경기 김포시 고촌읍 '한강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 개관 사흘째를 맞아 가족 단위로 방문한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 상담 창구 25개를 꽉 채웠다. 인근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엔 차량 150대가 들어차 빈자리가 없었다. 중개업자 30여명은 주변에 파라솔을 치고 방문객들에게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부지런히 나눠주고 있었다. 사흘간 모델하우스 방문객은 1만5000여명. 박희석 GS건설 분양소장은 "김포의 생활 여건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고 거의 1년 만에 아파트가 공급되기 때문에 수도권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도권 주택 시장의 침체를 부채질하며 속칭 '폭탄'으로 꼽히던 지역들이 극적인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와 용인시, 평택시 등 세 곳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선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사라지고 집값도 완연한 회복세다. 건설업계도 이들 지역에서 그동안 미뤘던 새 아파트 분양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5월 이후 선보일 새 아파트만 약 2만가구. 이들 지역은 어떻게 살아난 걸까.

◇미분양 공포 떨쳐낸 김포

최근 가장 극적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곳은 김포시다. 김포는 2007~2009년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됐다. 하지만 수요 예측 실패와 고(高)분양가 탓에 줄줄이 미분양됐다. 2010년 이후에도 미분양은 줄어들지 않았고 새로 분양한 아파트도 번번이 청약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작년 7월만 해도 4000가구가 넘던 미분양은 지난 3월 말 기준 1800가구 이하로 줄었다. 작년 7월 분양한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2712가구)이 대표적. 작년 말까지 30%에 그쳤던 계약률이 이제 10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들어 많게는 한 달 만에 800채씩 날개돋친 듯 팔렸다. 운양동 '롯데캐슬'과 '한강신도시 래미안 2차'도 작년 하반기까지 수백 가구씩 남았던 미분양이 완판됐다. 일부 층에는 500만원 안팎 웃돈(프리미엄)도 붙었다.

김포가 살아난 이유는 인프라 개선 효과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왕복 6차로로 서울까지 연결되는 김포한강로(2011년 하반기 개통)와 김포공항까지 달리는 김포도시철도(2018년 개통 예정) 건설이 결정적이었다. 아파트값도 3.3㎡당 평균 756만원으로 아직 저렴하다. 서울 양천구(1040만원), 강서구(830만원) 등 주변 지역 전세금보다 싸다.

◇평택시, 대규모 기업 투자로 '들썩'

평택은 대기업 투자가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있다.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고덕산업단지와 가까운 서정동 '롯데캐슬'(전용 84㎡)은 작년 10월 2억8900만원에서 올해는 2000만원 이상 오른 3억2200만원에 거래됐다. 이충동 '현대'(84㎡)도 작년 9월 1억7800만원에서 2월에는 2억원으로 올랐다.

분양 시장도 살아났다. 평택 소사벌지구에서 지난달 분양한 '우미린 센트럴파크'는 3순위까지 867가구 모집에 1747명이 몰려(2.01대 1) 모처럼 전 가구가 마감됐다.

평택은 대규모 산업단지가 몰려 주거 수요가 풍부한 게 장점. 2015년 완공할 고덕산업단지(395만㎡)에는 삼성전자의 국내 최대 규모 사업장이 들어선다. LG전자도 진위2 산업단지 입주가 결정됐다. 평택 P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수서발 KTX 평택 지제역이 개통되면 서울 수서까지 20여분이면 갈 수 있어 서울 출퇴근 직장인의 이주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도 골칫거리였던 미분양 부담을 털어내면서 집값까지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용인은 작년 2월 기준 미분양(6442가구)이 경기도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재 4258가구로 1년 사이 40% 넘게 급감했다.

용인 집값은 올 들어 1.1% 올라 전국 평균(0.8%)을 웃돌고 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이젠 집값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분당·서울 송파구 등 전세금이 급등한 지역의 세입자가 용인 미분양 아파트 구입에 나선 것도 집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모처럼 열리는 분양시장…"공급 과잉 우려도"

시장 상황이 호전되자 건설업계는 그동안 미뤘던 아파트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올 연말까지 김포(6642가구)·평택(8334가구)·용인(4298가구)에서만 2만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대부분이 경기 침체 탓에 땅을 미리 확보해 뒀다가 몇년씩 사업을 묵혀 왔던 곳이다.

김포에서는 연말까지 2000가구 이상 대단지 두 곳이 공급된다. '한강센트럴자이'(4079가구)가 15일부터 청약을 받는다. 10월에는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김포 푸르지오센트레빌' 2차분(2372가구)를 선보인다. 평택에서는 이달 중 안중읍 '평택송담힐스테이트'(952가구)가 분양되고, 11월에는 용이동 '평택용죽푸르지오'(761가구)가 공급된다. 용인에서도 5월 서천동 '서천2차아이파크'(289가구), 11월 상현동 '상현꿈에그린'(600가구)이 분양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은 최근 몇년간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아 새집으로 옮기려는 교체 수요가 적지 않다고 본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아직 이들 지역에 중대형 미분양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과잉 우려도 있다"면서 "투자목적보다 실수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