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매달 '월급' 주는… 참 기특한 놈들

지난해 퇴직한 김성일(57)씨는 은퇴하며 받은 퇴직금을 대부분 안정적인 은행 예금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은퇴를 하고 보니 생각보다 생활비가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경조사비나 병원비처럼 고정적이진 않지만 꾸준히 발생하는 지출이 문제였다. 수시입출식 통장보다는 이자가 높으면서 매월 이익금을 용돈처럼 받아 쓸 만한 투자 상품은 없을까.

김씨처럼 매월 어느 정도의 수익금을 받아 쓰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이자나 수익금을 매월 돌려주는 월지급식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가 최근 은퇴학교 참가자 약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은퇴 생활을 위한 금융상품으로 월지급식을 꼽은 사람이 36%로 가장 많았다. 한정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산이 인기였을 때 '축적형 투자'를 많이 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매달 수익금을 챙기는 실속 있는 '월급소득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월 꼬박꼬박 수익금을 챙기는 월지급식 상품을 머니섹션 M플러스에서 정리했다.

◇은행에 넣어놓고 매월 '용돈' 타 쓰기

매월 이자를 돌려주는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월지급식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가입 기간을 1~5년 정도로 비교적 짧게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외환은행 '해피니어 연금 예금-즉시연금형'은 은퇴 후 국민연금이나 연금저축이 지급되기 전인 '소득 공백기'를 겨냥한 상품이다. 45세 이상, 100만원 이상 가입할 수 있다. 이 예금은 목돈을 예치하면 매달 이자와 원금을 나눠 용돈처럼 받을 수 있게 했다. 만기는 1~5년이며 가입한 다음 달부터 이자와 원금을 나누어 지급한다. 만기 때까지 통장에 남겨두고자 하는 예금의 비율을 설정한 다음, 나머지를 'N분의 1' 해서 매달 이자와 함께 받는 구조다. 현재 이자는 최고 연 2.75%(은퇴 상담 서비스 이용 시). 만기 3년짜리 즉시연금식에 5000만원을 넣어놓고 만기 때 2000만원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가정하면, 가입 후 첫 달에 약 94만4500원(분할해 받는 원금 83만원+이자 11만4500원) 정도를 받는다. 다만, 매월 원금에서 일정 금액을 받아가서 원금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자는 조금씩 감소하며, 결국 받는 금액도 줄어든다. 이 상품은 또 급히 목돈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3번까지 특별 인출을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신한은행 '미래 설계 연금예금'(즉시연금형)은 만 40세 이상이 대상이다. 300만원 이상 가입할 수 있고 만기는 5년 이상이다. 현재 금리는 연 2.3%이며, 신한 미래설계 통장에 가입하면 연 0.2%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준다. 300만원 이상이면 가입 가능한 우리은행의 '우리평생 파트너예금'도 매월 이자와 원리금을 나눠 받는 '즉시연금형'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기본 이자는 연 2.4%로 우리카드 신용·체크카드 보유 시 연 0.1%포인트, 인터넷뱅킹에 가입하면 추가로 0.1%포인트를 얹어준다.

◇지수형 월지급식 ELS "연 6~7% 수익 기대"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월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를 고려할 만하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종목의 가격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월지급식 ELS란 일정 조건을 만족할 때 수익을 지급하는 주기를 한 달 단위로, 짧게 만든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부 오경재 팀장은 "월지급식 ELS는 수익금을 분할해서 받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우려가 적고, 그래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하는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해 3년 동안 연 11%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경우, 만기일에 한꺼번에 3300만원이 들어오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수익금을 월지급식으로 나눠 받으면 매년 11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연간 2000만원을 밑돌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월지급식 ELS는 증권사에서 수시로 발행해 판다. 다음 주에는 신한금융투자의 코스피·HSCEI·유로스톡스50 결합형 ELS 발행(22~23일)이 예정돼 있다.

하나은행 이재철 PB센터장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월지급식 상품은 보통 연 6~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ELS는 아무리 안정적이라 해도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매월 수익금 회수하는 월지급식 펀드

월지급식 펀드는 매월 어느 정도의 수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다. 보통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정액' 방식과 적립금의 일정 비율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정률' 방식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땐 원금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빼서 월 지급액으로 준다.

현재 설정액이 4845억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월지급식 펀드인 얼라이언스번스틴(AB)의 '월지급 고수익 증권투자신탁-채권형'은 전 세계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 1년 동안 수익률이 6.3%로 안정적인 편이다.

다른 월지급식 펀드 중에선 지난 1년 동안 '프랭클린 월지급 미국 인컴 펀드'(10.8%), '미래에셋 월지급식 배당과 인컴 펀드'(8.9%), '블랙록 월지급 미국 달러 하이일드-채권형'(6.7%) 등이 수익률이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