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Bye 유럽? Buy 유럽!

"최근 '유럽 주가가 충분히 올랐다, 고(高)평가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틀렸습니다. 역사적으로나, 다른 지역과 대비해 보나 유럽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올해도 주가가 최소 10% 초반의 상승률을 보일 겁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마틴 스캔버그(Skanberg)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유럽 주식 펀드매니저에게 유럽 주식, 유럽 주식형 펀드에 지금 투자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20년 경력의 유럽 주식시장 전문가인 그는 스웨덴 대표 은행인 SEB(스칸디나비아엔스킬다은행) 유럽 지역 리서치 총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에셋매니지먼트 선임 애널리스트 등을 거쳐 슈로더 유럽 주식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는 그래프 여러 장을 꺼내 들며 자신 있게 '바이(buy) 유럽'을 주장했다. 먼저 보여준 것은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 그래프. 주가가 지난 10년간 평균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배수가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의미인데 유럽 대표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유럽 지수는 16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 위기 직전엔 수치가 30배에 육박했다. 현재 미국 S&P500 지수는 27배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그래프는 함께 움직였습니다. 금융 위기 직전까지는요. 그런데 유럽이 재정 위기를 겪고, 미국은 양적 완화로 돈을 풀기 시작하면서 2011년부터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EPS 그래프는 가파르게 올랐고, 유럽은 횡보하다 이제 막 상승 국면에 들어섰죠." 그에게 유럽 주식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어봤다.

―유럽 주식도 벌써 고평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동의하나?

"증시가 상당히 회복된 건 사실이다. 특히 최근 2년간 그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여전히 더 오를 것으로 본다. 독일·영국·스위스·이탈리아 등 핵심 유럽 국가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위기 때 잠시 주춤했지만, 여전히 강한 추세로 펀드와 주식시장에 돈이 들어오는 중이다. 금융 위기 이후 유로존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이다. 일부 우려의 목소리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는 측면에서 나오는 것인데, 주가 수익 비율 측면에서 볼 땐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싸다(incredibly cheap)'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 주가는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슈로더가 운용 중인 유럽 주식 펀드에서 독일 주식 비중은 19.1% 수준이다. 벤치마크인 MSCI EMU(유럽통화연맹)의 독일 주식 비중이 30%인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독일 주식을 상대적으로 덜 담은 것은, 독일이 너무 많이 올라서 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처럼 기대 상승률이 훨씬 높은 국가의 주식을 더 담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주요 국가 중 너무 많이 올라서 더는 투자하면 안 될 곳은 없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에 금리를 인하하거나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완화 조치를 거둬들이는 것(테이퍼링)과 대조적이다."

―어떻게 좋은 주식을 골라야 하나.

"유럽도 가치주가 나은가 성장주가 나은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구분이다.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맞는 주식을 고르는 눈이 필요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업 성장세, 영업 수익성, 투자 자본 수익률 등이 시장에서 저평가됐는지를 눈여겨본다. 변치 않는 투자의 핵심이다. 이와 함께 '변곡점'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왜 지금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것이다. 경영상의 중요 변화, 즉 비용 구조가 변하거나 인수·매각 이슈가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 배당 정책이 변화하는지 역시 중요하다. 현재 펀드에서 편입 규모가 가장 큰 프랑스의 대형 미디어그룹 비방디가 좋은 예다. 비방디는 최근 자회사이자 프랑스 2위 통신사인 SFR을 벨기에 통신사 알티스에 170억유로(약 24조원)를 받고 매각하기로 했는데, 50억유로를 배당금 등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이 높은 회사를 골라 투자하면 좋은 것인가.

"꼭 그렇진 않다. 노키아가 최근 휴대폰 사업부를 MS에 팔아 54억유로(약 7조6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됐고, 상당한 현금 배당도 할 예정이지만, 휴대폰을 뺀 노키아는 이제 소비재 기업이 아닌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 돼버렸다. 앞날을 알 수 없다. '배당 수익률이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4%나 되니까 이 주식은 사야겠다'는 식의 관점은 위험하다. 회사의 스토리를 봐야 한다. 지배 구조도 기업을 고를 때 점점 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우리 팀에 있는 14명의 전문가가 그렇듯,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기업 홈페이지에서 지배 구조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기업들이 점점 더 투자자 친화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 유럽 주식에 투자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나?

"미래는 늘 예측하기 어렵고,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서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유럽·아시아 등 39개 국가의 10년 경기 조정 주가수익비율(CAPE) 수준 대비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실제 연평균 주가 상승률이 어땠는지 데이터를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현재 MSCI 유럽의 주가수익비율은 16배인데, CAPE가 15~20배가량이면 1년 실제 주가상승률은 13.1% 정도였다. 못해도 10% 초반대의 상승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