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보다 조금만 더… 원금 보장 파생상품 풍년

최근 증권사에서 은행 예금 금리(2%대 중반)보다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으면서도 원금은 보장되는 파생결합증권 상품이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과 파생결합증권(DLS·D

erivative Linked Securities)의 원금보장형 상품이 그 주인공인데 각각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Equity Linked Bond), 기타파생결합사채(DLB·Derivative Linked Bond)라고 부른다.

이 상품은 자산의 95~97%가량을 국공채나 우량 기업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해 만기가 되면 원금을 되찾고, 나머지 3~5% 자산을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해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내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피지수를 비롯해 환율·금리·원자재 가격 등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위험을 선택하기보다 원금을 지킬 수 있는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생상품 10개 중 4개가 원금 보장형

15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9년 약 3조원이던 원금 보장형 파생상품 출시 규모는 2013년 약 25조원 수준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이때 출시된 신상품 수도 2009년 58개에서 2013년 3798개로 약 65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파생 상품 중 원금 보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09년 27.7%에서 2013년 39.7%까지 늘었다. 현재 출시된 파생상품 10개 중 4개가 원금 보장형이라는 의미다.

파생상품은 보통 지수·종목·금과 은·원자재·펀드·ETF 등의 가치가 일정 수준을 밑돌지만 않으면 은행이자보다 2~3배가량 높은 수익률을 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이후 은 가격은 하락 추세였는데, 2011년에 발행된 600억원어치의 은 ELS 원금 비보장형 상품 중 대부분이 원금 손실 상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보험사와 중소형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원금 보장형 상품을 찾는 곳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ELB·DLB 신상품 출시 봇물

올 들어서 5월 14일까지 출시된 ELB는 1755개 종목, DLB는 640개 종목으로 각각 5조2961억원, 4조6991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현재 공모형 ELS와 DLS 중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는 KDB대우증권·현대증권·NH농협증권·SK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등이 있으며, ELB와 DLB 신상품 출시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신한금융투자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최대 연간 5% 수익을 돌려주는 '쿠폰 적립형 ELB'를 출시했고, 유진투자증권도 연간 3.7% 수익을 보장하는 ELB를 내놓았다.

신용등급·금리·환율(통화) 외에 펀드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DLB 출시도 활발하다. 펀드 직접투자와 비교해 수익률이 다소 낮을 수도 있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금융투자가 아프리카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운용하는 사모형 DLB를 선보였고, 올해 3월 미래에셋증권도 유럽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DLB를 출시한 바 있다.

◇원금만 건질 수도

원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 말 그대로 원금만 겨우 건져 성과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의 한 관계자는 "ELB나 DLB 상품은 은행 정기예금처럼 확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며 "1년간 투자하더라도 원금밖에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기타파생결합사채(DLB)

종목·주가지수·원자재·금리 등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 증권 관련 파생상품 중 원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이나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얻는 것이 ELB, 원자재 등 기타 다양한 자산의 가격에 따라 수익을 얻는 것이 DLB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