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수퍼마켓 휩쓰는 건 '高배당株·가치株'

온라인 펀드 판매 사이트인 '펀드수퍼마켓'에 지난 16일까지 계좌가 총 8000개 개설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운영사인 펀드온라인코리아는 18일 "지난달 24일 사이트를 연 뒤 14거래일 만에 가입 계좌 수가 8000개를 돌파했다"며 "총매입 금액은 120억원 수준이지만, 계좌를 개설한 뒤 아직 실제 매입을 하지 않고 펀드를 고르는 가입자가 상당해서, 매입 금액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펀드수퍼마켓은 쇼핑의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펀드 직구(직접 구매)족'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계좌를 신설해 사이트에서 펀드를 구매해보니, 한자리에서 비교 분석하고 살 수 있다는 편리함이 돋보였다.

국내 자산운용사 47곳이 공동 출자해 만든 펀드수퍼마켓 사이트에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펀드 대부분(920개)을 한꺼번에 비교하고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판매 보수가 기존 오프라인 펀드의 절반 이하인 평균 0.34% 수준이고, 판매 수수료 역시 올해 가입하면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배당주·가치주 펀드 최고 인기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와 함께 펀드수퍼마켓에서 사람들이 새로 가입한 펀드를 뽑아보니, 가치주와 고(高)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단연 인기였다.

'한국밸류 10년투자배당증권투자신탁'에 가장 많은 9억5000만원이 모였고, 또 다른 고배당주 펀드인 '신영 고배당증권투자신탁'도 설정액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판매 1위인 한국밸류배당주펀드는 작년 말 출시된 신생 펀드다. 최근 수익률과 투자 성향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덕분에, 출시 5개월 된 펀드가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 가치주 펀드로 오프라인에서도 흥행을 일으킨 '한국밸류 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이나 '에셋플러스 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 등도 상위권에 기록됐다. 공통으로 최근 1년 새 1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인기 펀드이다.

◇억지 권유 없이 마음대로 골라 담아

펀드수퍼마켓에서는 기간별 수익률이나 역대 판매량 순위, 조회 상위 펀드, 세제 혜택이 있는 펀드 등 여러 주제별로 묶어서 볼 수 있는데, 특히 '카트폴리오(카트+포트폴리오)'라는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가입자가 장바구니에서 넣어뒀던 펀드 중 3개를 찍어 합계 투자 비중이 100%가 되도록 각각 설정하고 나서, 원하는 기간만큼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의 수익률과 위험도를 분석해주는 기능이다.

예컨대 '한국밸류 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 '신영 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 '에셋플러스 차이나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 1'을 각각 50%와 30%, 20% 비중으로 지난 3년간 투자했다면 누적 수익률은 30.81%, 위험도는 11.86%로 계산된다. 과거 실적에 비춰볼 때 어떤 펀드를 어떤 비중으로 골라 담으면 좋을지 따져볼 수 있다. 자신의 카트폴리오를 등록해 남에게 공개할 수도 있다. 남의 포트폴리오를 따라서 투자해볼 수도 있는 셈이다.

◇진땀 뺀 회원 가입, 개선할 점 많아

일단 가입하고 펀드를 고르는 재미는 쏠쏠한데, 문제는 가입까지 절차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로그인을 하려면 전국의 우리은행 또는 우체국 지점에서 펀드수퍼마켓용 온라인펀드통장 계좌를 개설하는 게 첫째 관문이다. 직접 계좌를 개설하러 지점에 가보니, 은행 직원들조차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계좌 번호를 갖고 사이트(http://fundsupermarket.co.kr)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등록하고, 공인인증서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온라인 증권 거래를 안 해본 사람은 증권 전용 인증서를 새로 받아야 한다. 은행 전용 인증서로는 가입 불가란 얘기다. 이 관문을 넘고서는 개인 신용 정보 활용 동의를 수차례 요구한다. 철저히 개인 책임하에 투자해야 하는 특성상, 장치를 여럿 설치해놓은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투자 자금을 계좌에 넣는 마지막 단계. 기존 우리은행 계좌가 있는 사람 중 펀드온라인코리아 '연계카드'를 굳이 발급받지 않은 사람은 개설한 통장에 돈을 한번 넣은 뒤 펀드온라인코리아로 재차 이체하는 절차를 더 밟아야 한다. 직접 해보니 이 과정이 쉽지 않아 1시간가량이 걸렸다. 현재까지 가입자 연령을 보면, 인터넷 금융거래에 익숙한 30~40대가 60%를 차지한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투자자들에게 문턱이 높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