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생명이 돌아오길 바라며… 이인섭 개인전, 21일부터

그날도 어김없이 오대산 기슭의 바람은 거칠었다. 골은 깊었고, 바람은 스산했다. 그날, 그 일이 터졌다. 강원도 양양 오대산 자락의 작업실에 묻혀 있던 그가 잠시 산 아래 집에 들렀을 때 소식을 들었다.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어린아이들이 차디찬 바다 저 아래 있다고. 그 길로 화가는 작업실로 돌아갔다. 붓을 들었다. 오로지 귀하디귀한 어린 생명이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화폭을 메웠다. 생명이 아우성치듯 화폭이 굽이쳤다. 그 옆으로 작은 새 두 마리가 수호신처럼 떠다닌다. 화가 이인섭(61)의 작품 '바람 불어와〈사진〉'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날, 충격 속에 그린 그림이다.

21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인섭 개인전'은 생명의 존엄과 공존을 주제로 한 전시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가 있을 무렵 한창 전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생명보다 귀할 수 없음을 붓끝에 꾹꾹 눌러 담은 작품 30여점이 전시된다. (02)724-6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