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빚잔치로 오른 株價, 더 크게 당한다

코스닥시장에서의 신용융자가 연일 늘고 있다. 신용융자란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매매 대금을 빌려 주식 투자한 물량을 말한다. 말 그대로 코스닥시장에서 빚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5일 신용융자는 2조379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스닥시장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전체 주식의 1.9%가 신용융자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스닥지수가 강세를 보일 당시에도 신용융자가 2조200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는데, 하락 전환이 시작되자 신용 물량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며 낙폭이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신용융자가 단기간 내에 급증한 종목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용융자 늘 때는 가파르게 주가 상승, 그러나…

조선비즈가 3월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신용융자가 급격히 증가한(5거래일간 신용융자가 2%포인트 상승) 45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신용융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점에는 대부분 주가가 상승하지만 2주일 후 주가를 보면 대체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신용융자가 늘기 전 주가와 비교해도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45개 종목 중 신용융자가 늘어날 당시엔 43개 종목이 주가가 상승했고, 2주일 후에는 21개 종목이 오히려 신용융자가 늘기 전과 비교해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사물 인터넷 관련주로 꼽히는 알파칩스가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신용융자가 3.49%포인트 늘었다. 전체 보유 주식의 12.05%가 신용융자였던 상황이다. 알파칩스는 당시 주가가 5790원에서 6500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주일 후에는 신용융자 효과가 사라지며 다시 5000원대로 미끄러졌다.

방위산업 관련주인 스페코는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신용융자가 2%포인트 넘게 증가했는데, 당시 주가도 5.2% 올랐다. 하지만 2주일 후 주가를 보면 처음 시점보다도 1%가량 도리어 하락했다.

모바일게임주인 컴투스도 게임 인기 소식에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신용 매수가 급증했고,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2주일 후엔 8% 가까이 하락했다.

보안주인 한솔넥스지는 지난달 11일부터 17일까지 신용 매수가 몰리며 주가가 5100원에서 5350원까지 올랐는데, 이후 대표이사가 배임 혐의로 피소됐다는 발표가 나오며 4690원으로 떨어졌다.

◇신용 몰리는 종목은 세월호·사물인터넷 등 테마주

단기간 내 신용융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종목은 대체로 테마주다.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가지 이슈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신용융자가 2.99% 늘었고, 신용 매수 규모가 34억원이 넘었던 삼영이엔씨는 선박용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업체다. 세월호 여파로 인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이다. 이외에도 사물 인터넷이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 방위산업체 등이 주로 신용융자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신용융자 매매 비중이 높은 종목은 그만큼 하락 위험도 크다고 지적한다. 이는 코스닥지수 상승세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지난해 8월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는 2조3000억원대였고, 당시 코스닥지수는 560선 안팎이었다. 하지만 연말 코스닥지수가 500선을 하회할 때는 신용융자 또한 1조8000억원대로 감소했다. 박선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 상위 20개 종목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 하락장에서 신용융자가 급증한 종목의 주가 하락 폭이 아닌 종목보다 컸다"며 "신용융자로 인한 상승분은 분명히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