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긴장 다 잡고 "끝까지 간다"

영화 '끝까지 간다'가 지난 14일 개막한 칸영화제의 감독주간에 초청받았을 때 김성훈 감독은 "해외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면서 웃을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감독주간은 프랑스 감독협회가 주관하는 영화제 비공식 부문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을 주로 상영한다.

18일 칸에서 이 영화를 처음 선보인 후 미국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강력한 서스펜스와 번뜩이는 블랙 유머가 결합된 매끈하고 역동적인 스릴러"라고 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똑똑하고 솜씨 있게 다듬어졌다. 연출과 시나리오 전반의 성취"라고 평했다. 굳이 칸영화제의 반응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간다'는 올 상반기 한국 상업영화 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악인의 운수 나쁜 날'로 요약할 수 있다. 부패 경찰인 고건수(이선균)는 어머니의 장례식 날 아내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고, 내사받고 있다는 소식까지 듣는다. 잔뜩 흥분한 채 운전을 한 그는 도로에서 사람을 치고, 이를 은폐하려고 시신을 챙긴다. 경찰에선 뺑소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고, 건수에겐 "사건을 모두 알고 있다"는 박창민(조진웅)의 협박 전화가 온다. 건수는 자신이 벌인 일을 은폐하려고 하지만 창민이 원하는 것은 시신이다.

활시위를 떠난 활처럼 영화는 단 한 순간도 주춤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 상업영화의 목표가 '재미'라면, 이 영화는 제대로 과녁의 눈을 맞춘다. 동선과 대사는 전혀 낭비 없이 정교하게 짜였고 감정이나 캐릭터로 웃음이나 눈물을 구걸하지 않는다. 한창 긴장이 고조될 땐 허를 찌르는 대사나 상황을 툭 던져주며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풀게 만든다. 어머니를 묻은 관에 뺑소니 시신을 함께 넣어뒀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건수를 바라보며 영안실 직원이 흐뭇한 표정으로 "참 효자야, 효자"라고 중얼거리는 식이다. 칸에서 만난 김 감독은 "너무 진지하면 불편하고, 너무 코믹하면 사실성과 긴장감이 떨어진다"며 "웃음은 비극 속에서도 버틸 힘을 준다"고 했다.

건수가 뺑소니 시신을 숨기려고 영안실에 들어가는 장면은 냉면 위 삶은 달걀이나 생크림 케이크에 얹힌 체리다. 영화 시작 15분 만에 나온다. 이 장면이 관객의 입꼬리를 강렬하게 자극한다는 것 정도만 밝혀둔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이 장면만 떼어다가 하나의 단편으로 내놔도 될 정도로 치밀하다. 김 감독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귀향'을 보면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주인공이 시신을 땅에 묻는 장면을 보니 '바로 들통 날 텐데' 싶을 정도로 성의가 없었다. 나쁜 일을 기왕 은닉하려 한다면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끝까지 간다'는 김성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그의 데뷔작 '애정 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은 혹평을 받으며 관객 6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는 "당시 분노와 좌절 때문에 거울 앞에 서는 데만 8개월 정도 걸렸다. 내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땐 부끄러웠다. 죽기 전에 단 한 번 더 찍는다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시작했다. 거두절미하고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담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것을 '놀이동산에 다녀온 경험'으로 비유했다. "어렸을 때 어린이 대공원에 다녀오면 일단 즐겁고 또 가고 싶어지잖아요? 하지만 인생이 바뀌진 않습니다. 영화제나 평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저의 지향점은 한국 대중과의 소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