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株價 3大 견인차 '지배구조·우선주·외국인'

20일 코스피 지수가 2011로 장을 마치며, 5거래일 연속 2010선을 지켜냈다. 그동안 2000을 돌파하기 무섭게 펀드 환매가 몰리면서 곤두박질쳤던 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2010을 지켜낸 것은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증시 주변에선 '코스피 2000 안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코스피 상승의 1등 공신은 '삼성'이다. 지난 8일 삼성SDS의 연내 상장 발표 이후 삼성그룹주 17개사의 시가총액은 8거래일 만에 20조8700억원(19일 기준)이 불어났다.

최근 삼성 주가 급등에는 3가지 트렌드가 보인다. 중간지주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계열사에 투자가 몰리고, 배당이 높은 우선주가 선호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세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관련 삼성주를 주목하라

우선 기업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에 돈이 몰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력한 방안으로 보고 있으며, 이럴 경우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로 나눈 뒤 지주회사와 에버랜드를 합병하는 방안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직접 사들여 경영권을 넘겨받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금융 부문의 핵심 회사인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그리고 주요 계열사 지분의 창고로 불리는 삼성물산의 중간 지주회사 전환도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간 지주회사 가능성이 있는 전자를 비롯해 생명, 화재, 물산, SDI, 카드, 제일모직 등 7개사의 주가가 특히 많이 올랐다.

지배구조 이슈가 나온 뒤 삼성그룹주가 상승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업 재평가'이슈 때문이다. KB자산운용 송성엽 본부장은 "앞으로 계열사 보유 현금과 자사주가 개별 기업 몫으로 평가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당 노린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7배 오르기도

최근 '삼성 현상'의 또 다른 특징은 우선주 열풍이다. 우선주란 의결권을 주지 않는 대신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을 지급하는 주식을 말한다. 그동안 낮은 배당이 관행화된 우리 증시에서는 드문 현상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그룹 지배권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삼성 오너가는 자사주 매입을 늘리거나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 중심 경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상속 증여를 할 경우 오너가의 지분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 차원에서도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경우 8일 이후 11.4%가 뛰어올라 같은 기간 삼성전자 보통주 상승분(7.1%)을 휠씬 초과했다. 삼성물산 우선주는 같은 기간 무려 13.6%가 올라 2.1% 오른 보통주보다 7배까지 더 오르기도 했다.

◇확정된 건 없어…과열은 금물

당분간 삼성그룹주의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 매수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8일 이후 삼성생명(15.1%) 삼성SDI우선주(13.3%) 삼성화재우선주(13.6%) 등 지배구조의 핵심사로 지목된 기업들의 주가는 10% 넘게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번 주가 상승이 외국인 주도로 이뤄지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홍성국 부사장은 "미국 증시의 조정기에 불안해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일시적인 피난처로 보는 상황에서 '삼성 이벤트'까지 맞물려 주가가 많이 오른 측면이 있는데, 핫머니 성격의 외국 자금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