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하나로 으리으리하게 떴네

탤런트 김보성이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더니 쌀가마니에 정권(正拳)을 찌르며 외친다. "우리 몸에 대한 으리(의리)!" 식혜 광고의 한 장면이다. 내내 '으리'만 부르짖다 '마무으리'되는 이 광고의 성공은, 맥락에 관계없이 '의리남'을 자처해 온 김보성의 우스꽝스러움 덕이다. "김보성과의 의리를 지켜야겠다"는 소비자 덕에 이 음료 매출은 광고 1주 만에 70% 가까이 증가했다. 김보성은 21일 통화에서 "1994년 낸 내 음반 가사에도 '의리'가 나온다. '오버하지 말라'는 손가락질도 받았지만 20년 넘게 쭉 한길을 걸어온 것에 감동받은 분들이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비호감 캐릭터로 초지일관해서 결국 빛을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 용어로 이른바 '선 병맛 후 중독'이다. 김보성은 지난 3월 화장품 '이니스프리' 광고 모델에 파격 발탁됐다. 네티즌은 '이니�으리' 등의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며 열렬히 반응했다. 김보성은 최근 걸그룹 에이핑크와 함께 '의리'를 콘셉트로 한 쇼핑몰 광고도 찍었고 MBC '무한도전' SBS '힐링캠프' 등 숱한 유명 예능 프로에서 러브콜을 받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본업보다 축구 하나로 월드컵 때마다 특수(特需)를 누리는 김흥국도 마찬가지다. "대체 정체가 뭐냐"는 조롱에도 올해도 '삼바 월드컵'이란 노래를 발표했고, KBS '우리동네 예체능' MBC '아이돌 풋살 선수권대회' 등 축구 관련 예능에도 연달아 섭외됐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처음에 받아들이기 괴상했던 것들도 점차 우리 뇌의 역치(�値·자극의 반응 강도)가 올라가면서 순응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까슬한 옷을 처음 입을 땐 아파도, 자꾸 입으면 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얘기다.

아이돌도 예외는 아니다.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이 대표적이다. 2010년 데뷔곡 '마법소녀'는 유치찬란한 가사와 율동을 동반한다. 학예회 의상 같은 과장된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그들에게 "눈 뜨고 못 봐주겠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들은 지난 17일 한 토크쇼에 나와 "창피하니까 어디 가서 가수라고 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매년 특이한 콘셉트의 앨범을 냈고, 드디어 올해 '까탈레나'가 히트했다. '인간 초밥'이란 아이디어로 만든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특유의 가사·멜로디가 먹힌 것이다. 인터넷엔 "처음엔 유치했는데 어느새 따라 하고 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이들은 네티즌의 자발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쌓은 경우"라면서 "비호감 콘셉트로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 한다면 실패하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