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거는 장식품 아닙니다, 한 작가의 미래를 사는 거죠"

"집에 걸어둘 장식품이 아니라 작가의 미래를 사는 겁니다. 젊은 작가들의 번득이는 고뇌와 타오르는 열정, 창의성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을 격려하는 장으로 거듭나야 해요."

'2014 아시아프' 총감독인 김태호(61) 서울여대 교수가 "올해 아시아프는 대대적으로 개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아시아프는 젊은 미술학도들의 최대 아트페어로 자리 잡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치열한 정신보다는 세련되고 잘 팔리는 그림 트렌드를 좇는 작품이 많아져 안타까웠다. 다소 거칠더라도 대중에게 새로운 예술에 대한 충격을 던질 수 있는 행사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청년 작가의 신선한 정신'을 되찾겠다는 것. 지난해까지 한국화·서양화·입체·판화·사진·미디어 아트로 세분화했던 응모 분야를 올해는 평면·입체·미디어로 단순화한다. '드로잉(Drawing) 특별전'을 기획해 참여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게 한 것도 큰 변화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450명의 작가는 전시 개막 전까지 드로잉 작품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드로잉을 보면 작가의 진정성·독창성이 검증될 수 있어요. 최초의 아이디어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갓 뜯어낸 채소처럼 신선하지요."

그는 "드로잉을 예전엔 소묘라고 해서 회화나 조각을 위한 초벌 스케치 정도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개념이 많이 확장됐다.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린 최초의 기록뿐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기 전까지의 과정도 모두 드로잉으로 본다"며 "건축으로 보자면 설계도뿐 아니라 집을 완성하기 전의 뼈대까지 포함된 개념"이라고 했다. 조각 작품의 경우 간단한 재료로 만든 입체물도 드로잉에 포함된다. 드로잉 특별전 기획은 김 교수가 직접 맡기로 했다. 그는 "전시장 중앙홀에 드로잉만 모아서 걸고, 세우고, 꾸밀 거다.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는 형태의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조선일보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프는 젊은 아시아 미술의 한 시대를 증언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생·청년 작가 미술 축제다. 7월 29일부터 8월 24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다. 작품을 구매한 이들에게는 짧은 작품 설명과 작가의 프로필, 연락처와 사인이 들어간 '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컬렉터와 작가의 유대 관계를 만드는 거죠. 증명서에는 심사위원 이름하고 제 이름까지 넣을 거예요.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면 내가 작품을 구입한 작가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김 교수는 관객들의 변화도 당부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작품을 사는 대중의 수준이 그 나라 미술 문화의 수준인데, 그동안 아시아프에는 그저 예쁜 장식품을 사러 오는 관객들이 더 많았다. 거칠지만 빛나는 원석이 그 안에 있다. 그들의 고뇌와 열정을 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찬: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