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회화 100선] 부산, 한복 입은 마리아에 반하다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가 부산을 감동시키고 있다. 부산 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展) 관람객 500명을 대상으로 선호 작품을 조사한 결과 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의 '예수의 생애' 연작(7.4%)이 이중섭의 '황소'(19.2%)에 이어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2위에 꼽혔다. 이중섭의 황소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서울전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인기작이다.

'예수의 생애'는 이번 부산전에 새로 특별 전시된 작품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운보가 '수태고지' '아기 예수의 탄생' '부활' '승천' 등 성경의 주요 장면 30개를 추려내 만든 성화 연작이다. 운보가 6·25 때 피란 갔던 군산 구암동(부인인 화가 박래현의 고향)에서 그린 작품으로 동족상잔의 아픔이 팔레스타인의 예수가 처했던 수난(受難)과 다를 것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운보는 성경을 우리 전통 풍속화로 표현했다. 그래서 등장인물은 모두 한복 차림이다. 예수는 아예 도포 입고 갓 쓴 선비로 재탄생됐다. 이 부분이 관람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갔다. "신자로서 다 아는 내용임에도 한국화로 표현돼 새로웠다" "예수라는 소재와 한국 전통의 느낌을 접목하여 신선했다" "성경 이야기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그려낸 게 독특하고 신선했다"…. 설문 조사에서 관람객들이 이 작품에 호감을 보인 이유였다.

지난달 8일 개막한 이번 전시에는 22일까지 5만8000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이 중 1만1000명(19%)이 교육을 목적으로 한 중·고교생 단체 관람객이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열린다. (051)747-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