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레드 제플린의 부활을 믿는가

레드 제플린의 거대한 역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비틀스와 함께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 양대 산맥이었던 이들의 정규 앨범 9장이 모두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된다. 1980년 해체 이후 단 한 차례 재결합 공연(2007년)을 했을 뿐인 이 밴드는 앞으로 재결합이나 새 음악 발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누적 음반 판매량 3억장을 기록한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70)가 직접 리마스터링을 맡았다. 우선 1969~70년 발매됐던 1~3집이 6월 3일 국내 출시된다. LP, CD, 음원, HD 음원으로 각각 발매된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올랭피아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지미 페이지는 "리마스터 앨범에 포함된 보너스 CD에 담긴 곡들은 오리지널 CD와 매우 다르다"며 "이 곡들은 이 앨범들을 녹음하던 때로 회귀하는 창구"라고 말했다.

2000명가량 초청된 쇼케이스 무대에 지미 페이지가 등장하자 기립 박수와 환호성이 1분 넘게 이어졌다. 1~3집에 각각 추가될 보너스 CD들에 수록된 8곡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는 레드 제플린 전성기의 영상이 지나갔다.

첫 곡으로 'Good Times Bad Times'가 나오는가 싶더니, 바로 'Communication Breakdown'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곡은 'You Shook Me'. 이 곡들 모두 1969년 10월 10일 올랭피아홀 공연 실황이었다. 페이지는 "공연을 여러 채널로 녹음한 것은 1970년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올랭피아홀에서 녹음한 것을 들어봤더니 완전 날것이었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했다. 이 테이프는 페이지가 일본의 한 레코드점에서 듣고 수소문 끝에 찾아낸 것이다.

'Whole Lotta Love'의 러프 믹스(rough mix·1차 녹음)는 완전히 새로웠다. 노래의 후렴구 격인 "Wanna Whole Lotta Love" 부분과 기타 솔로가 빠졌고, 드럼과 보컬이 오리지널보다 도드라졌다. 미공개곡인 'Key To The Highway/ Trouble In Mind'는 마지막에 나왔다. 페이지와 보컬 로버트 플랜트가 어쿠스틱 버전으로 녹음한 컨트리풍 노래다. 페이지는 "로버트와 둘이서 웨일스의 오두막집에 자주 갔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곳에 기타와 녹음기만 갖고 갔다. 거기서 내가 곡의 뼈대를 만들고 로버트가 가사를 썼다"고 했다. 이 오두막은 3집 수록곡 'Bron―Y―Aur Stomp'의 배경이 된 오두막 '브론어아이르'를 가리킨다.

해체 후 발매된 9집 'Coda'까지 리마스터링을 마치면 레드 제플린은 말 그대로 '전설'로 남을 듯하다. 로버트 플랜트가 재결합 가능성을 줄곧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미국 음악 잡지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꾸 왕년의 몹쓸 비즈니스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 같아요. 나는 주크박스 노릇은 안 합니다."

쇼케이스는 밤 10시쯤 'Whole Lotta Love' 뮤직비디오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팬으로 초청받은 테오 메이유(35)는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레드 제플린을 들었다"며 "나도 아이가 생기면 꼭 들려줄 생각이고, 그렇게 레드 제플린은 무한히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