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녹색성장 펀드 6년째… 시들거나, '녹색' 사라지거나

올 들어 '정책 관련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수혜를 볼 관련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작년 '창조경제 펀드'에 이어 올해는 '통일 펀드'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면 전 정권 때인 6년 전, 당시의 정책 관련 펀드로 우후죽순처럼 생긴 '녹색성장 펀드'는 지금 어떤 운명을 맞고 있을까? 녹색성장 펀드는 환경친화적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대체에너지·저탄소 배출·고효율 장비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는데, 출시 이후 6년째를 맞이한 현재 이들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대부분 출시 초기에는 수익률이 좋았으나 정권 말기에 가까울수록 부진한 성적을 냈다. 2013년 이후 녹색성장과 관련한 신상품 출시는 뜸해진 상태이며, 일부 녹색성장 펀드는 관리가 안 돼 포트폴리오에서 '녹색기업'의 흔적조차 사라진 펀드도 있었다.

◇녹색성장 펀드, 초기에 출시 봇물… 수익률도 최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제시했고 이듬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녹색금융'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사는 녹색금융협의회를 만들었고, 이때부터 펀드명에 '녹색성장'이 붙은 펀드가 속속 출시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녹색성장'과 '그린(green)'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펀드는 2013년 말 기준 총 86개로, 이들의 지난 6년 동안 수익률을 조사해보니 펀드 설정 초기인 2009~2010년에는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9년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4%가량을 기록했는데, 당시 녹색성장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58.6%로 앞섰다. 2008년 12월에 설정된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C-e'는 2009년 한 해 동안 63%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식형 펀드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2009년에 설정된 '신영마라톤그린밸류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A' '현대그린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 '미래에셋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도 출시 이후 2010년 한 해 동안 20~25% 수익을 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초기에 새로 설정된 펀드들이 좋은 성과들을 내자 이듬해 녹색성장 펀드의 출시 개수는 40개로 눈에 띄게 늘었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수익률은 부진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4년째인 2011년부터 녹색성장 펀드들의 희비는 엇갈리기 시작했다.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 이후 현재까지 대다수가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1년 당시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로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녹색성장 펀드의 수익률은 -21.6%를 기록하며 특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

태양광 기업인 OCI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KTB GREAT GREEN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32%가량 손실을 보고 있으며, '미래에셋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C'와 'NH-CA대한민국녹색성장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 A'도 각각 -40%, -28%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녹색성장 펀드는 태양광 등 일부 업종에 치우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업황 부진이 겹치면 수익률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녹색성장과 큰 관련이 없더라도 일단 시장평균지수를 따라가기 위해 시가총액 상위주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관리 어려워… '녹색' 없앤 펀드 다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올 들어 녹색성장 펀드들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소폭 개선되고 있는 펀드도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는 본래의 특징이었던 '녹색'을 찾아볼 수 없는 펀드가 다수였다. 올 들어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펀드들은 대부분 삼성전자·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에 주식 포트폴리오의 10% 이상을 담고 있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 주기로 정권이 끝나면 새롭게 제시된 정책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기존 펀드들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