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는 자식보다 연금이 효자라고 하듯 연금이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넘쳐나는 수많은 연금 상품 중 어떤 연금을 선택해야 할까. 노후준비를 위한 개인연금 가입 시 어떤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자.
언제부터인가 ‘연금’이라는 명칭이 붙은 상품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 퇴직연금은 물론이고 연금보험, 연금저축계좌, 주택연금 등 연금 상품이 넘쳐난다. 심지어 복권조차 연금복권이 있을 정도니, 이제 한국은 연금사회라고 불러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이렇게 연금상품이 많아질수록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어떤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제혜택을 따져보아라
우선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세제혜택이다. 세제혜택은 크게 투자기간 동안 누릴 수 있는 것과 연금 수령 시에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투자기간의 세제혜택만 따지면 단연 연금저축계좌가 유리하다. 연금저축은 매년 납입금액의 400만 원까지는 저축금액의 13.2%, 즉 최대 52만8000원을 세액공제 해 준다. 또한 투자기간 동안에는 이득에 대해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연금보험도 계약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투자기간 동안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세액공제 같은 혜택은 없다. 이처럼 투자기간의 세제혜택에서는 연금저축계좌의 압승인 반면, 연금수령 시기에는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연금저축계좌는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면, 연금보험은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월납으로 5년 이상 불입했다면 그동안 쌓인 금액 전부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사례를 통해서 연금저축계좌와 연금보험의 세제혜택 효과를 비교해보자. 현재 45세인 홍길동 씨가 매달 초 개인연금에 150만 원을 10년간 납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연 수익률은 5%라고 가정했을 때 10년 뒤 홍길동 씨의 원리금 합계는 2억3249만 원이 된다. 원금이 1억8000만 원(150만 원×12개월×10년)이므로 운용수익만 5249만 원에 달한다. 만약 홍길동 씨가 가입한 상품이 연금저축계좌이고 연금수령을 10년간 한다면 홍길동 씨는 총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할까? 답은 약 509만 원이다. 10년간 홍길동 씨가 세액공제 받은 금액은 4000만 원(400만 원×10년)일 것이다. 따라서 연금소득세 과세대상 금액은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합친 9249만 원(4000만 원+5249만 원)이 된다. 홍길동 씨의 연금 수령 시 나이가 55세이므로 적용세율은 5.5%다. 따라서 10년간 약 509만 원(9249만 원×5.5%)이 된다. 만약 홍길동 씨가 가입한 상품이 연금보험이라면 어떨까. 이때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월납으로 5년 이상 불입했으므로 이득에 대해서 완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세제혜택만 비교했을 때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은 크게 차이가 없다. 연금저축은 나중에 연금소득세를 내지만, 투자기간 동안 받는 세액공제 금액이 그것보다 크기 때문에 손해라고 할 수 없다. 연금보험은 조건 충족 시 완전 비과세이지만,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금저축보다 크게 낫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연금저축계좌는 가입금액이 제한된다는 단점은 있다. 따라서 개인연금에 연간 1800만 원 이상을 저축하려는 사람에게는 연금보험이 더 적합할 것이다. 또한 연금에 납입하는 금액이 많아서 나중에 연간 12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사람의 경우도 연금보험이 낫다. 연금저축은 연 12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수령 시에는 종합소득세로 과세 받기 때문이다.
투자대상을 선별해라
개인연금상품을 고를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세제혜택이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투자대상이다.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예금부터 주식형 펀드까지 투자 가능한 상품이 매우 다양하다. 즉 주식에 100% 투자할 수도 있고, 해외채권에 100% 투자할 수도 있으며,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에 전액 넣어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연금보험은 상품의 다양성이 다소 떨어진다. 일반적인 연금보험은 주로 채권에 투자하고,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주식에 일부 투자하지만 대개 그 비중은 50%를 넘지 않는다. 즉 투자자의 선택 폭이 제한된다. 그러나 연금보험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원금보장옵션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안정성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판단은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연금저축계좌와 연금보험의 세제 혜택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투자 금액과 본인의 투자성향에 따라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맞다. 리스크를 부담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연금저축계좌, 그중에서도 주식형(혹은 해외 주식형) 또는 해외 채권형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반면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연금보험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투자금액으로 봤을 때는 연간 1800만 원 이내로 투자하려는 사람은 두 가지 상품이 크게 차이 나지 않고, 그 이상을 투자하려는 사람은 연금보험이 적합하다.
윤치선은 은퇴설계 전문가이자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이다. 삼성증권 마케팅팀과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교육팀을 거쳤다. 현재는 퇴직을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연금과 금융상품을 활용해 은퇴 후 소득원을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강연 및 기고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생 100세 시대의 투자경제학>(공저), <고령화시대 평생 절세 통장>, <연금저축계좌>(공저)가 있다. chisun.yoon@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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