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28 10:34

Hobby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의 진 켈리가 우산을 접어든 채 빗속에서 춤을 추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 탭댄스란 얼마나 매혹적인 춤인가. 춤추는 남자란 원래 멋진 법이지만 탭댄스를 추는 남자는 그보다 훨씬 더 멋지다.

밑창에 쇠붙이를 붙인 구두를 신고 바닥을 경쾌하게 두드리며 추는 춤, 탭댄스(tap dance). ‘클로그(clog)’라는 아일랜드 민속춤이 미국으로 전해진 뒤 흑인들의 춤과 섞여 탄생한 탭댄스는 1920년대 재즈의 유행과 함께 성황기를 맞는다. 탭댄스는 쇼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고, 그 활동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탭댄스가 국내에 유입된 것은 1940년대. 그러나 당시 탭댄스는 극소수 전문가들의 소유였다. 그러다 10여 년 전부터 대중적으로 조금씩 붐이 일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탭댄스 인구는 3000~4000명 수준. 이 중 40대 이상의 중장년은 2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탭댄스를 추는 사람이 아직 그만큼 귀한 셈. 이 같은 ‘희소성’은 탭댄스의 주요 가치이기도 하다. ‘블루노트 탭댄스 스튜디오’의 장광석 대표는 말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탭댄스는 대중적인 춤 장르는 아니다. 에어로빅이나 재즈댄스와는 다르다. 탭댄스를 잘 추는 이는 그만큼 유니크한 멋을 풍긴다.”

탭댄스의 또 다른 매력은 춤과 소리의 결합이라는 점. 장 대표는 “탭댄스는 춤이기도 하고 음악이기도 하다”며 “탭을 악기처럼 연주해 음악 세션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한다. 더욱이 탭댄스는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가요부터 재즈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춤이자 음악… 유니크한 멋 풍겨

탭댄스를 시작하는 초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아무래도 리듬감이나 운동신경이다. 이 같은 요소에 따라 개인 편차가 큰 게 사실. 하지만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고 장 대표는 조언한다. “중요한 건 즐기려는 자세다. 리듬을 모르겠다, 발이 마음대로 잘 안 움직인다, 순서가 헷갈린다 등의 어려움 때문에 초반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데 이 고비만 넘기면 오래 재미있게 탭댄스를 출 수 있다.” 평소 안 쓰던 관절을 사용하는 게 힘들 수도 있고, 낯선 몸짓과 발짓을 한다는 게 어색할 수도 있지만 반복적인 연습으로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

3년째 탭댄스를 추고 있는 구철회 씨.
3년째 탭댄스를 추고 있는 구철회 씨.
대체로 3개월 정도를 초급 단계로 보는데, 이때의 고비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 기본 발 모양과 동작을 배우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후 노래에 맞춰 안무를 익히면서 탭댄스의 재미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아울러 장 대표는 말한다. “해외에는 일흔이 넘어서도 탭댄스를 추는 사람이 많다. 일각에서는 나이 든 후 탭댄스를 추면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염려하는데 바른 자세로 추면 그럴 일은 전혀 없다. 외려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탭댄스는 다리만 움직여서 하체운동만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완벽한 전신운동이다.”

장 대표는 탭댄스의 매력에 대해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며 영화나 뮤지컬 속 댄서의 모습을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싱잉 인 더 레인’의 진 켈리 외에 ‘톱 햇’의 프레드 아스테어, ‘백야’와 ‘승리의 탭댄스’의 그레고리 하인즈, ‘리버댄스’의 마이클 프레들리 등이 명인으로 꼽힌다.


[INTERVIEW] 탭댄스에 빠진 남자

구철회
사진작가

3년째 탭댄스를 추고 있는 구철회 씨.
3년째 탭댄스를 추고 있는 구철회 씨.

“여덟 살 즈음 TV로 본 흑백영화에 한 배우가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나왔다. 그 낯선 장면은 매혹적이었다. ‘탭’이라는 것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릴 적 작은 추억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탭댄스를 춰보겠다고 결심했다.”
시간 여유가 없던 젊은 시절에는 탭댄스를 꿈도 못 꿨다는 구철회(54) 씨. 그는 쉰이 넘어 처음 탭슈즈를 신었다. 오는 7월이면 그의 탭댄스 경력도 만 3년이 된다.

지난 3년간 그는 일주일에 2~3번씩 서초동 탭댄스카페 ‘이지투탭’을 찾아 연습에 매진했다. “어려운 춤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올 때마다 손수건을 2개 정도 적시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요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Put the blame on me’에 맞춰 안무 연습에 한창인 구 씨. 영화 ‘쉘 위 댄스’의 주인공처럼 틈이 날 때마다 수시로 스텝을 밟아보곤 한다고.

물론, 구 씨도 처음에는 용기 내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이지투탭을 찾아 탐색(!)했다. 선뜻 시작하기가 두려워 기웃거리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 용기를 냈다. 어려운 춤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려우니 더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를 ‘몸치’로 칭하는 구 씨는 당시 개인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기가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동작 하나하나가 어려웠다는 그는 ‘10초간 액션을 취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닌데 3~4분 분량의 노래 한 곡을 어떻게 채울까’ 까마득했다고. 하지만 두 달 뒤 그는 보란듯 한 곡의 안무를 완성했다. 그의 첫 완성곡은 트로트 ‘무조건’. “이걸 성공하고 나니 ‘세상에 안 될 일이 없구나’ 싶었다. 앞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럼, 기타, 색소폰 등 악기 연주에도 능한 구 씨는 탭댄스의 최고 매력으로 ‘탭의 리듬’을 꼽는다. “탭댄스는 발로 하는 리듬놀이다. 발로 드럼을 연주하는 느낌이랄까. 신발에 붙은 쇠붙이가 바닥에 부딪힐 때 나는 강렬한 소리에서 쾌감을 느낀다. 이것이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된다.” 뿐만 아니다. 혼자서 독자적인 하나의 퍼포먼스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도 탭댄스만의 묘미다. 음악에 맞춰 스스로 안무를 짤 수 있으니. 아울러 구 씨는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여러 댄서와 무대에서 어울리며 한층 젊어지는 느낌을 얻기도 한다.

탭댄스는 운동효과도 높다. “헬스 같은 건 재미가 없어 하지 않는다”는 구 씨는 탭댄스를 하면서 자연히 스트레칭도 겸하게 돼 운동효과를 톡톡히 얻었다고. “원래 슬개골이 좋지 않았다. 처음엔 무릎도 안 좋은데 탭댄스를 해도 되나 싶었는데, 너무나 하고 싶어 꾸준히 하다 보니 오히려 무릎이 많이 좋아졌다. 하체근육도 많이 강화된 걸 느낀다.”

그런 구 씨를 본 가족, 친구들은 하나같이 ‘재미있게 산다’며 부러워한다고. 실제로 탭댄스를 배워보고 싶다는 이들도 많지만, 막상 시작한 이는 아직 없다. “용기를 내라. 무슨 일이든 새로운 일은 다 어렵다.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몸짓으로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온다. 어려운 고비를 한두 번 넘기다 보면 탭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누차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 씨. 그는 지금도 꾸준한 연습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는 탭도 탭이지만, 생활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에게 자극이 된다고 할까.”

오랫동안 계속 탭댄스를 추고 싶다는 그는 유럽 등지로 배낭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거리공연을 펼치는 게 꿈이다. “그러려면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내 춤을 통해 각지에서 온 이들과 교류할 수 있다면…. 이 나이에 그보다 멋진 일이 어디 있을까.”


사진 촬영 협조·이지투탭


시니어조선 senio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