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수익·高위험 하이일드펀드 다양해진다

저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하이일드펀드 투자가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하이일드펀드는 주로 해외의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었으나 최근에는 서서히 국내 하이일드펀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해외 투자 펀드도 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 위험을 없애는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의 상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유럽 뜨고 미국 지고

하이일드(high yield)펀드란 투기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고수익·고위험이 특징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57개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로 4472억원이 순유입됐다.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는 일반 채권형 펀드와 비교해 수익률도 좋다. 올 들어 글로벌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3.7%, 아시아퍼시픽 채권형 펀드는 2.3%, 해외 채권 혼합형 펀드는 1.9%였지만,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는 3.8%를 기록했다.

올해 가장 인기가 많은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는 'JP모간단기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으로, 4430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다음은 745억원이 유입된 '피델리티유럽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이다.

그러나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반대다. 지난 한 달 동안 '피델리티유럽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으로는 392억원이 순유입됐지만, 미국의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JP모간단기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은 139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글로벌 하이일드펀드의 선호가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최근 미국의 일부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때 채권을 갖고 있으면 손실을 본다.

반면 유럽은 여전히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대안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 위험을 없앤 펀드도 개발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미국 제로듀레이션 하이일드 증권펀드[채권-재간접]'은 미국의 하이일드채권 ETF(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의 70~90%를, 미국 국채 인버스 ETF에 10~30%를 투자한다. 미국 국채 인버스 ETF는 국채 금리와 반대로 움직여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금리가 오를 때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이일드채권의 고수익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금리 변동 위험을 제거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 하이일드펀드에도 볕 들어

해외의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국내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는 적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형 하이일드펀드는 8개뿐이고, 설정액 10억원이 넘는 펀드는 4개에 불과하다.

다만 정부가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출시되면서 분위기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흥국자산운용의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은 출시 한 달여 만에 318억원을 모았다. 8개 공모형 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이 총 52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인기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국내 자산에만 투자해야 하며, 신용등급 'BBB+' 이하의 채권 또는 코넥스시장 상장 주식에 자금의 30% 이상을 투자한다. 이 펀드는 이달부터 신규 상장하는 기업의 공모 물량 중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어, 공모주 펀드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공모보다 사모펀드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5월 16일까지 공모와 사모를 합쳐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9개 운용사에서 출시됐고, 800억원 정도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펀드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고 원천세 15.4%만 내면 된다는 혜택에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