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펀드의 늪… 지수 떨어질땐 손실도 2배

올해 초 '주가지수가 오를 때 두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 문구에 솔깃해 '레버리지 펀드'에 가입했던 정모(서울 신당동·42)씨는 지금 후회막급이다. 가입 직후 국내 주가가 내려가자 가입한 상품이 매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더니 주가가 오른 날도 초반의 마이너스를 회복하지 못해 현재 -3%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정씨는 "오를 때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만 주목했지 떨어질 때도 똑같이 두 배 떨어진다는 점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주가가 매일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손실을 보고 환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한화투자증권이 레버리지 펀드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레버리지 펀드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레버리지 펀드는 말 그대로 지렛대(leverage)를 활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이 지수 상승분에 추가 수익을 얹어주는 지렛대로 활용된다. 통상 주가가 오를 때 1.5~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돼 있다. 2배 레버리지의 경우 1억원을 투자했는데 다음 날 주가가 10% 상승했다면 투자금이 1억2000만원으로 불어난다. 문제는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로 2배 손실이 난다는 점이다. 주가가 10% 오른 다음 날 주가가 도로 10% 떨어지면 투자금은 원금 이하인 9600만원(1억2000만원×80%)으로 쪼그라든다. 주가가 똑같은 상승률과 하락률로 오르락내리락하면 상승 폭보다 하락 폭이 더 커져(수익률 복리효과) 본전이 아니라 손실을 보게 된다.

한화투자증권 이원락 상무는 레버리지 펀드 판매 중단 이유에 대해 "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레버리지 펀드가 최고의 투자 상품이라 하겠지만, 주가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가능성은 사실 매우 낮다"면서 "레버리지 상품이 안전한 장기 투자에는 배치되는 상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레버리지 펀드 47개의 설정액은 총 3조3300억원 규모. 일반 공모형 인덱스 펀드 설정액이 14조~15조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크기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 때문에 레버리지 펀드 판매 규모는 특히 주목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일본은 지난해에야 레버리지 펀드 판매가 허용됐고, 홍콩은 아직 판매가 허용되지 않았다"며 "선물·옵션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도 마다치 않는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 레버리지 펀드도 구미에 맞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레버리지 펀드의 수익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레버리지 펀드 47개의 연초 후 수익률은 평균 -3.86%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0.16%)보다 훨씬 못하다. 특히 올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한 일본·중국 지수에 투자한 레버리지 펀드 중엔 -2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있다.

하지만 증권·자산운용사 전문가 중에는 한화처럼 펀드 판매를 중단시킬 것까지는 없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판매하던 레버리지 상품 중 '한화 2.2배 레버리지인덱스'가 설정 이후 수익률 -28.6%로 최하위권을 기록, 한화의 전체 펀드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는 게 판매 중단을 결정한 이유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팀 팀장은 "레버리지 배율이 2.2배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가장 공격적인 수준"이라면서 "그만큼 위험도 커져 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선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하루하루 수익률을 체크해 단기 투자할 수 있는 전문적 수준의 투자자가 아니고 일반 투자자라면 레버리지 펀드 투자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펀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주가지수 상승 폭의 1.5~2배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펀드(주식형 기준). 하락할 때도 같은 배율만큼 손실이 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