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서울의 옛 모습

눈에 익은 서울의 장소를 박물관에서 만나는 건 당혹스러운 경험이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7가. 거대한 우주선 같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들어선 자리에 얼마 전까지 동대문운동장이 있었다. 지난 3월 26일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 마지막 교각이 철거됐다. 서울시 고가도로 101개 중 지금까지 16개가 사라졌다.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석별가' 특별전은 한때 익숙한 도시 풍경이었으나 이제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두 시설을 추억한다. '석별가Ⅰ: 잘가, 동대문운동장'과 '석별가Ⅱ: 안녕! 고가도로'전(展)이다.

첫 번째 전시는 동대문운동장 탄생부터 철거까지 80년 역사를 훑는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조선시대 군사 시설인 하도감 자리에 동양 최대 경기장인 '경성운동장'이 세워졌다.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70년대 고교 야구 전성기를 맞이하며 스포츠 성지로 올라선다. 최동원·박노준·차범근 같은 스타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1984년 동대문운동장으로 다시 이름이 바뀌면서 명성은 빛이 바래기 시작한다. 2007년 논란 끝에 철거가 시작돼 오랜 영욕의 세월을 지켜온 동대문운동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실제 동대문운동장에 붙어 있던 간판이 전시장 입구 벽면을 채웠다. 경성운동장 건립 당시에 작성된 '경성운동장 평면도 청사진'(1926)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운동장에서 치러졌던 여러 대회의 상장과 트로피가 그 시절 그 장소를 증언한다. 1970년대 전성기를 추억할 수 있는 고교 야구 우승기와 프로야구 원년 트로피, 최동원 선수의 국가대표 유니폼도 눈에 띈다.

두 번째 전시는 '산업화와 번영의 상징'에서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가 돼버린 고가도로의 역사를 살핀다. 1960년대 후반 급성장하는 서울의 시장이 된 김현옥은 '도시는 선이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건축가 김수근과 함께 연희입체교차로부터 마장동까지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고가도로를 구상한다. 서울 도심을 시속 6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스피드 시대가 열린 것. 하지만 고가도로는 반세기 만에 철거해야 할 흉물로 전락한다. 김수근의 순환고속 고가도로 구상도(1967), 아현고가도로 개통 모습(1968)과 철거 전후의 사진(2014) 등 반원형으로 꾸려진 전시물은 서울이란 도시가 얼마나 빨리 변해 왔는지 속도를 실감케 한다. 그 속도가 아찔한 이들, 사라져간 풍경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애써 달랜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동대문운동장, 그리고 고가도로.'

7월 13일까지. 무료. (02)724-0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