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늘며 젊어진 天安(충남), 부동산 시장도 활기

지난 29일 오전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KTX 천안아산역 바로 앞에 문을 연 '신영 지웰 더샵' 모델하우스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200m 넘게 줄을 섰다.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10여개의 청약 상담 창구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전기확 ㈜신영 분양사무소장은 "방문객 대부분이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젊은 근로자들"이라며 "최근에 분양한 아파트들이 줄줄이 마감되는 걸 보고 청약 통장을 새로 만든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때 공급 과잉으로 휘청거리던 충남 천안시 주택 시장이 기지개를 다시 켜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0가구를 넘던 미분양 아파트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집값과 전세금도 2년째 오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청약한 아파트들은 잇따라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미분양 사라지고 집값·전세금 동반 상승

천안은 2000년대 중반 삼성그룹 계열사 등 기업체 이전과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면서 주택 공급이 크게 늘었다. 4~5년간 매년 1만가구 이상 새 아파트가 쏟아졌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주택 시장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2009년엔 미분양 아파트가 7400가구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9년 이후 3년 이상 신규 주택 공급이 중단되자 집값과 전세금이 뛰고 주택 구입 열기가 되살아난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5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작년 3월과 비교해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6% 올랐고, 전세금도 12% 상승했다. 실제 '백석마을 푸르지오'(84㎡)와 불당동 '동일하이빌'(84㎡)의 매매가는 연초보다 1000만~1500만원쯤 올랐다. 내년 1월 입주하는 '백석마을 아이파크2차'(84㎡)도 요즘 3억1000만원에 거래된다.

◇젊은 고소득 근로자들이 일등공신

천안 주택 시장이 회복된 원동력은 기업과 젊은 근로자들의 덕분이다. 천안과 인근 아산에 들어선 산업단지는 모두 27개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근로자만 6만4000여명이다. 천안시 인구는 2004년부터 10년간 10만명이 늘어 지난해 60만명을 돌파했다. 지역내총생산(GRDP·2011년 기준 19조5000억원)도 같은 기간 두 배 넘게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천안의 50세 미만 인구는 전체 인구(60만)의 75%인 45만명에 달한다. 전국 평균(66%)보다 훨씬 높다. 그동안 15~20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살던 젊은 근로자들이 전세금이 치솟고 집값이 오르자 최근 새 아파트 구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천안 지역 전세금은 매매가의 80% 수준에 육박한다. 백석동 '강부자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금에 5000만원 정도 보태면 100㎡대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홍동군 포스코건설 분양사무소장은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들은 산업단지나 KTX역과 가까운 데다 구도심의 백화점과 할인마트도 이용하기 쉬워 젊은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 신규 분양 아파트들은 1순위 마감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0월 불당동에서 분양한 '불당 지웰 푸르지오'(609가구)는 5.9대1로 천안에서 처음으로 1순위 마감 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 선보인 '불당 호반베르디움'(905가구)도 평균 15.2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實수요 필요에서 매매가 바람직"

건설사들도 미뤄왔던 아파트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올 연내 새 아파트 약 7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달에는 포스코건설이 백석동에서 '백석 더샵'(619가구·84㎡)을 분양하고, 10월에는 대우건설이 성성동에서 '천안성성 푸르지오'(1756가구·62~99㎡) 청약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천안 주택 시장이 산업단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동안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가격이 많이 올랐고 공급 대기 물량이 많은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투자 목적보다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