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직상장 꺼리는 기업들, 우회상장서 길을 찾다

지난달 26일, 국내 2위 포털 업체 다음이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를 흡수 합병한다고 밝히자 IPO(기업공개) 업계가 소연(騷然)해졌다. 형식상은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하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이용해 증시에 우회상장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회상장이란 비(非)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과 합병 등을 통해 곧바로 증시에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 관심주로 주목을 받던 업체였는데, 직접 상장보다 우회 상장을 택한 것이다.

카카오의 선택은 최근 IPO 시장의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올해 IPO를 앞두고 있던 업체들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직상장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다. 반면 우회상장한 선데이토즈·알서포트 등도 직상장한 주식 못지않게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우회상장이 IPO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

◇카카오·선데이토즈·셀트리온… 직상장 대신 우회 상장

카카오에 앞서 우회상장해 흥행에 성공한 업체로는 선데이토즈·알서포트·셀트리온 등이 있다. 이 업체들은 '기업 인수 목적 회사(스팩)'에 흡수 합병되는 방식으로 증시에 상장했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11월 하나대투증권의 하나그린스팩과 합병 상장했으며,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주요 주주로 있는 원격 제어 업체 알서포트도 케이비게임앤앱스스팩에 의해 우회상장했다. 이 업체들의 주가는 합병 상장 후 각각 187%, 31% 상승했다. 바이오 업체 셀트리온은 오알켐이란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한 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차병원 계열의 바이오 업체 차바이오텍은 2009년 2월 디오스텍을 통해 우회상장했으며 출판 업체 예림당도 웨스텍코리아와 합병해 상장했다.

◇직상장, 3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

상당수 기업이 이처럼 우회상장을 통해 흥행 성공을 노리는 반면, 직상장은 상대적으로 꺼리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계열 물류 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포기한 데 이어 올해도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루브리컨츠도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상장을 미루고 있다.

실제로 IPO 시장은 오랫동안 침체돼왔다. 2010년 96개에 이르던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사 수는 지난해 40개로 줄었다. 올해는 그나마 최근 삼성SDS가 상장 의사를 밝히면서 불씨를 지핀 상태. 그 외에는 쿠쿠전자·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정도가 IPO를 앞두고 있다.

◇"직상장, 요건 까다롭고 우회상장보다 매력 없어"

증권업계·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직상장의 매력이 우회상장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직상장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IPO 절차에 돌입하면 한국거래소의 심사 준비와 승인 과정에 6개월~1년이 소요된다. 자금을 빨리 조달해야 하는 벤처기업으로서는 마냥 기다리기 부담스러운 기간이다.

둘째, 신성장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조건 중 실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셀트리온은 직상장을 추진하다 두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06년 초 기술성 심사 평가를 통해 상장을 시도하려다 퇴짜를 맞은 데 이어, 2008년에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려다 실적 요건이 기준에 미달한다며 거절당했다.

셋째,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 꺼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인터파크INT는 장외 주가가 1만6000원을 웃도는 수준이었는데도 공모가는 7700원에 그쳤다. 반면 직상장이 아닌 우회 상장을 선택하면 회계 법인 실사를 통해 공모가가 정해지는데, 어느 정도 회사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