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꿈꾸는 남자 vs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6월이 누아르(범죄영화) 영화 보기에 좋은 달이었던가. 액션 누아르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와 '하이힐'(장진)이 4일 개봉했다. 40대 스타인 장동건과 차승원이 각각 주연을 맡아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하이힐' 보러 갔다가 헷갈려서 '우는 남자'를 봤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개봉 첫날부터 SNS에 올라왔다. 얼핏 보면 비슷한 두 영화,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우열(優劣)도 함께 가려봤다.

①소재

'우는 남자'는 이정범 감독의 전작 '아저씨'와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원빈이 임신한 아내를 잃은 기억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구하려 했다면, 장동건은 어머니한테 버림받은 기억 때문에 아이 잃은 여자를 구하려고 한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고독한 킬러가 여자를 구한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소재다.

'하이힐'은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은 강력계 형사가 주인공이다. 소재로는 일단 '우는 남자'를 이긴다. '남자 중의 남자'로 칭송받는 주인공이 밤마다 화장하며 여자 될 궁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감을 자아낸다.

②남자 주인공

'우는 남자'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건 남자 주인공이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남의 자식을 죽이게 된 고독한 킬러 '곤'은 모성에 대한 동경과 죄의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지만,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 나쁜 남자인 척하는 장동건의 어색함도 문제지만, 진부한 캐릭터가 더 문제다.

'하이힐'은 남자 주인공이 단연 돋보인다. 캐릭터 자체도 신선하지만, 이를 연기한 차승원은 정말 예쁘다. 여장한 채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동네 사람들을 마주쳐 당황해할 때나, 입술에 빈틈없이 립스틱을 칠하며 애잔한 표정을 지을 때 그는 충분히 예쁘다.

③여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은 누가 낫다고 할 수가 없다. 김민희와 이솜 둘 다 여배우의 전형적 외모는 아니어서 더 매력적이고, 연기에도 흠잡을 데가 없다. 소녀와 여자의 경계를 맴도는 인상 때문에 남자 주인공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이들을 잘못 활용한 연출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악당이 남자 주인공에게 전화해서 "여자는 우리가 데리고 있다"고 협박한다는 것. 마르고 닳도록 나오는 설정이다.

④조연

'우는 남자'의 조연들은 모두 주인공을 죽이려는 데 열중한다. 딱히 인상적인 조연을 꼽기 힘들다. '하이힐'의 조연은 좀 더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차승원에게 조언을 해주는 나이 든 트랜스젠더는 굴곡진 인생의 비애와 달관을 보여줬다. 하지만 장진 감독이 연출했던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출연진들을 남발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⑤액션

이정범 감독은 '우는 남자'에서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총기 액션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낡은 아파트에서 토카레프, 샷건, M4, 글록19, MP5K, 38구경 등 각종 총기를 이용한 액션 장면이 압권이다. 이렇게 총을 쏘아대는 데도 주민은커녕 경찰 한 명 안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설정은 실망스럽다.

주로 코미디 드라마를 만들었던 장진 감독에게 '하이힐'은 첫 액션·누아르다. 장 감독도 차승원도 단단히 벼르고 찍은 듯하지만, '우는 남자'보다 아쉽다. 차승원의 싸움 상대가 죄다 조폭이라 칼을 이용한 액션이 많다. 한국 영화에 조폭이 등장한 지 너무 오래된 칼부림 액션은 충격과 공포를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