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行 수익률 최악인데… 貸出 출혈경쟁 무리수
입력 : 2014.06.04 23:47
1년간 7개은행 대출 4.1% 증가
우리銀 7.8%, 하나銀 5% 늘어… 일부선 역마진에도 대출 확대
1분기 순이자 마진 1.8%, 집계 이래 최저 수준
대출 증가할수록 수익률 악화… 당국, 금리할인 실태 등 조사
"대형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끌어내리며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어 죽을 지경입니다. 기업대출은 물론이고 주택담보대출까지 몇몇 대형 은행들이 싹쓸이하고 있어요"(외국계 A은행 기업대출담당 임원).
일부 대형 은행이 이런저런 이유로 '역마진'을 감수한 채 무리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은 당장은 수익성보다 은행 덩치를 키우는 게 더 급선무라면서 다른 은행 고객을 빼앗아오는 식으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동안 관망하던 금융 당국도 방치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판단, 일부 은행에 "이런 식으로 가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크게 늘린 우리·하나은행, 수익률은 최악
시중은행들의 대출 경쟁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말부터 올 3월 말까지 1년간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한국SC·한국씨티은행의 원화대출금은 4.1%가 늘었다. 이 중 우리은행은 증가율이 7.8%, 하나은행은 5%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작년 말까지 시중은행의 대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3.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하나은행의 대출 증가세는 이례적인 것이다.
일부 대형 은행이 이런저런 이유로 '역마진'을 감수한 채 무리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은 당장은 수익성보다 은행 덩치를 키우는 게 더 급선무라면서 다른 은행 고객을 빼앗아오는 식으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동안 관망하던 금융 당국도 방치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판단, 일부 은행에 "이런 식으로 가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크게 늘린 우리·하나은행, 수익률은 최악
시중은행들의 대출 경쟁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말부터 올 3월 말까지 1년간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한국SC·한국씨티은행의 원화대출금은 4.1%가 늘었다. 이 중 우리은행은 증가율이 7.8%, 하나은행은 5%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작년 말까지 시중은행의 대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3.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하나은행의 대출 증가세는 이례적인 것이다.
기업대출에선 우량 중소기업과 소호(SOHO) 대출을 위주로 하나은행이 지난 1년간 5.1%, 우리은행이 4.9% 늘었고, 주택담보대출에선 우리은행이 8.6%나 늘었다.
은행이 대출금을 늘리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은행 수익성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 마진(NIM·자산 대비 이자 이익 비율)'은 지난 1분기 1.8%로 금융 당국이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체의 이익 규모도 줄고 있다.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조7000억원보다 4000억원(25.3%)이나 줄어들었다. 문제는 대출액을 많이 늘린 은행일수록 수익률이 더 악화됐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NIM은 지난해 1분기 2.14%에서 1.6%로, 하나은행은 1.58%에서 1.47%로 4대 은행 중 최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이야 남든 말든 대출액을 늘려 덩치만 키우겠다고 달려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하나·국민은행이 대출 경쟁 주도하는 이유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는 은행들은 저마다 다른 사정이 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팔리고 은행만 남게 돼 4대 금융그룹에서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증권 보험 등 계열사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은 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기업·공공기관 등 기관 고객 확보 영업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시점(2017년)이 다가오면서 '덩치'를 키워 합병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출 늘리기 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 합병 때 아무래도 덩치가 크고, 대출액이 많은 쪽이 지점 통폐합 때도 살아남을 수 있고, 임원이나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데도 유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신용카드 정보 유출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금융 사고로 고객이 이탈하는 바람에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가계 대출 규모가 103조원(3월 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0.5%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경영진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선 지점 직원을 상대로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4대 은행 중 신한은행만 수익성 우선 기조를 유지하며 대출 경쟁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대출을 확대하면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자제하고 있지만, 다른 은행들의 영업 활동이 너무 거세 고민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금리 할인 경쟁 실태 점검 나서
금융 당국은 현재 은행 간의 대출 경쟁이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은행의 부분별 대출 증감 현황, 은행 지점 평가지표가 외형 성장 위주로 변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최근 은행들이 벌이는 캠페인성 대출 상황과 금리할인 실태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일시적인 대출 확대 경쟁은 벌어질 수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어 금융 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 간의 출혈 경쟁으로 은행 전체의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은행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금을 늘리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은행 수익성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 마진(NIM·자산 대비 이자 이익 비율)'은 지난 1분기 1.8%로 금융 당국이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체의 이익 규모도 줄고 있다.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조7000억원보다 4000억원(25.3%)이나 줄어들었다. 문제는 대출액을 많이 늘린 은행일수록 수익률이 더 악화됐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NIM은 지난해 1분기 2.14%에서 1.6%로, 하나은행은 1.58%에서 1.47%로 4대 은행 중 최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이야 남든 말든 대출액을 늘려 덩치만 키우겠다고 달려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하나·국민은행이 대출 경쟁 주도하는 이유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는 은행들은 저마다 다른 사정이 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팔리고 은행만 남게 돼 4대 금융그룹에서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증권 보험 등 계열사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은 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기업·공공기관 등 기관 고객 확보 영업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시점(2017년)이 다가오면서 '덩치'를 키워 합병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출 늘리기 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 합병 때 아무래도 덩치가 크고, 대출액이 많은 쪽이 지점 통폐합 때도 살아남을 수 있고, 임원이나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데도 유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신용카드 정보 유출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금융 사고로 고객이 이탈하는 바람에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가계 대출 규모가 103조원(3월 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0.5%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경영진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선 지점 직원을 상대로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4대 은행 중 신한은행만 수익성 우선 기조를 유지하며 대출 경쟁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대출을 확대하면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자제하고 있지만, 다른 은행들의 영업 활동이 너무 거세 고민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금리 할인 경쟁 실태 점검 나서
금융 당국은 현재 은행 간의 대출 경쟁이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은행의 부분별 대출 증감 현황, 은행 지점 평가지표가 외형 성장 위주로 변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최근 은행들이 벌이는 캠페인성 대출 상황과 금리할인 실태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일시적인 대출 확대 경쟁은 벌어질 수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어 금융 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 간의 출혈 경쟁으로 은행 전체의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은행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