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축해주는 우리가 배우는 게 더 많아"

"폭우가 내리건 한파가 오건 '아동산회(아름다운 동행 산악회)'는 멈출 수가 없네요. 시각장애인분들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 셋째 토요일 낮 1시 반이면 어김없이 오시거든요."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안희창(58) 교수는 2008년 이맘때 '아동산회'를 만들었다. 이후 6년간 비장애인 그룹 '동행'이 시각장애인 그룹 '아동산회'를 인도해 명성산·청계산·인왕산 등을 106회 올랐다. 처음엔 봄·가을 야유회 삼던 행사가 어느 결에 월례회로 확대됐고, 20~30명이던 참가자도 200명이 넘는다.

안 교수는 30년 넘게 재건 성형수술 2만5000건을 집도한 성형 의사로, 시각장애인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07년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갔을 때 가톨릭 신도가 됐고, 귀국 후 동성고 동창인 조규만 서강대 교수의 초청으로 '동성 가톨릭 커뮤니티(DCC)' 회원이 됐다.

"커뮤니티 회장 김득남씨가 10년 전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인도해 서울 근교 산을 오르고 있었어요. 저도 참여했죠. 그러다 보니 제가 그동안 의사랍시고 교만했음을 깨달았어요. 장애인들을 부축하거나 신발 끈을 매주면서,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이런 작은 도움조차 줘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끄러웠어요."

안 교수는 직장 한양대병원에 '아동산회'를 만들었다. 그는 "특히 갓 의료인이 된 의대생, 인턴, 레지던트들이 이런 마음가짐을 일찍부터 갖도록 돕고 싶었다"며 "이후 간호사들과 행정 직원들도 참여해주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이런 활동을 '봉사'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에는 정말로 몸 바쳐 봉사하는 분이 많은데, 우리는 보지 못하는 분들을 잠시 부축하는 정도에 불과하잖아요. 우리가 오히려 그분들로부터 배우는 게 더 많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