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날씨는 오후에 비가 오려는지 약간 흐리지만 초 여름의 날씨처럼 약간은 더운 날씨다. 수유역에서 버스를 타고 덕성여대 앞에 내려 길을 건너 약 100미터 정도 걸으니 북한산 둘레길의 2구간 순례길이 나타났다. 순례길은 2.3Km 정도의 거리에 독립유공자 11명의 묘소와 17명의 광복군 합동묘소가 있고 국립 4·19 민주 묘지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애국선열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구간이라 순례길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길은 완만한 저지대로 잘 다듬어져 관리되고 있어 노약자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걷는 어린아이들, 노년의 부부들, 온 가족이 함께 나온 사람들 여러 부류의 나들이 객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을 벗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겹게 걷고 있다.

첫 번째로 만나는 묘역은 국립 4·19 민주화 묘역이다. 숲길 사이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경관이 나타나며 언덕 아래로 깨끗하게 관리된 4·19묘역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민주화의 요람 중의 하나임을 느끼고 그들의 엄숙한 죽음에 고개를 숙였다.

잠시 오르다 보니 독립군 참모장을 지낸 신숙 선생의 묘소 표지가 나타난다. 길에서 약 50m 정도 벗어난 이 곳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잠시 묘소에 들러 묵념을 하는데 묘역은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았고 수풀은 우거지고 묘소의 잔디가 곳곳이 패여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다.

길을 걷다 보니 김창숙 선생, 이시영 선생 등의 독립유공자에 묘소에 대한 안내문이 곳곳에 눈에 띄지만 멈춰 서서 읽고 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준 열사 묘역이다. 묘역 바로 앞은 식당에서 펼쳐놓은 평상들이 자리잡고 있다. 평상 위에는 어르신들이 모임을 갖는지 무슨 무슨 회장님 하며 소개가 한창이다. 하필 이런 곳에 식당이라니…. 묘역 안으로 들어가니 그나마 관리가 잘되어 있어 마음이 편안하다.

길 옆에 세운 이준 열사의 어록이 눈에 들어온다. "땅이 크고 사람이 많은 나라가 큰 나라가 아니고 땅이 작고 사람이 적어도 위대한 인물이 많은 나라가 위대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 독립유공자의 묘역에 지저귀는 새들과 지나가는 바람만이 머물다 간다. 독도는 우리 땅도 중요하고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인물들을 잊어버린 민족에게,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 저력이나 있는 것인가?

막걸리 한잔을 올리며 당신의 열정에 감사하다고 그리고 잊어버려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