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파스타를 만들며…

요즘 즐기는 일 중 하나가 파스타를 만드는 일이다. 중장년층의 성공적인 제 2의 인생 설계를 위해 외식창업 전문교육 기관인 상생아카데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창업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이웃들이 이런 소문을 들었는지 솜씨 한번 보자고 재촉한다. 주말에 큰맘을 먹고 연락을 했더니 참석하겠다는 인원이 11명이나 된다.

우선 근처 아울렛 매장에 가서 파스타에 필요한 재료들을 이것 저것 사다 보니 재료 값만 10만원이 넘어간다. 옆에 있는 아내는 그 값이면 사 먹는게 더 낫겠다고 툴툴거린다.

오후 3시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생 닭을 잘 다듬어 양파, 당근, 대파 등을 넣고 육수를 만들고 토마토 소스에 돼지고기 다진 것, 양파, 당근 등을 추가하여 토마토 소스를 완성하고 생크림, 우유, 양파, 베이컨 등으로 까르보나라 소스를 만들어 냈다.

파스타 면을 적당히 삶아 올리브유를 발라서 식혀 놓고 샐러드용으로 양상치, 아스파라거스, 피망 등을 씻고 다듬다 보니 어느덧 5시 30분이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올리브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어 놓은 소고기 등심을 버터에 구어서 스테이크를 만들어 놓았다. 

6시 이웃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주문을 받는다. 토마토소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중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프라이팬에 준비한 닭 육수와 소스들을 넣고 파스타면을 볶아내다 보니 이마에 흠뻑 땀방울이 맺히지만 정성껏 맛있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하나 하나 만들어 식탁에 내어 놓는다. 숨겨놓은 WINE도 2병을 풀어서 함께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스타를 입에 넣고 행복해 하는 이웃들을 바라보며 행복함을 느낀다. 당장 파스타 레스토랑 내어도 손색이 없겠다는 칭찬에 하루 종일 준비한 노곤함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어찌 보면 하찮은 국수 한 접시이지만, 그것이 매개체가 되어 우리는 모였고, 밤이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며 행복해 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소문을 들은 다른 이웃들의 요청으로 몇 번 더 만들었고, 자주 만들어 달라는 앵콜을 받으며 1년 전을 돌아다 본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으며 레스토랑에 들리면 항상 시켜 먹던 스파게티, 이것 한번 제대로 만들어 배터지게 먹고 싶었던 그 때 그 마음이 나를 이끌었는지 아직은 초보 쉐프 이지만 나의 정성을 담아 최선을 다해 파스타를 만드니 이웃이 행복하고 내가 행복해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우는 것에 대해 겁이 나고 이해하는 속도도 느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의 최선을 다한 노력이 있다면 그 정성이 나이를 넘어 극복이 되고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본 영화 역린에 나오는 중용의 구절을 떠 올려본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

장자에는 정성지지(精誠之至)라 했던가 오늘도 가방을 들고 배우러 간다. 나의 인생 제2 라운드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