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리움의 어멍(어머니), 海女

사진작가 준초이(62·최명준)는 2005년 광고 촬영차 제주에 갔다가 해녀를 처음 만났다. 자석처럼 이끌렸다. 바다에 순응하는 삶과 강인한 생명력에서 늘 갈망했던 어머니상(像)을 찾았다고 했다. 틈틈이 제주에 내려가 해녀를 찍던 그는 지난해 3월 아예 제주 우도로 이사했다.

"내가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병적으로 심해요. 살아온 환경이 그랬지요."

처음 만난 기자에게 그는 아픈 개인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젖 떼자마자 큰집에 양자로 들어가 자랐고, 다 커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남의 집 같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눈치 보고 어머니 기분을 맞추며 살았다"고 했다. "부모님 입장에선 달콤한 아들이었어요. 말썽 안 피웠으니까. 제가 왜 '남의 집'에서 말썽을 피우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던 분인데 본인도 우리도 그걸 몰랐지."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바다가 된 어멍, 해녀'는 그 결핍에 대한 치유의 결과물이다. 어멍들과 함께 물속에 들어가고 숨찬 소리를 내뱉으며 지근 거리에서 포착한 사진 160여점이 2층과 지하 1층 갤러리에 걸렸다. 물질을 끝내고 뚝뚝 물을 떨어뜨리며 뭍으로 나오는 해녀의 뒷모습, 시커먼 바다, 어망을 둘러메고 걸어가는 아낙들…. 86세 해녀의 얼굴에 핀 검버섯과 주름 팬 이마에선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바다 한가운데서 해녀의 오리발만 나온 사진을 가리키며 그는 말했다. "내 나이가 되면 눈에 안 보이는 게 더 잘 보입디다. 지금 내 눈엔 발이 아니라 (바다를 가리키며) 이 아래가 훤히 들여다보여요."

그는 "이번 전시를 본 신경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진을 쭉 둘러보더니 '준초이 선생님, 저랑 데이트 좀 해요' 하더라고. 지난달 처음 상담하고 나서 그가 말했어요. 모성에 대한 갈망이 당신 작품의 동력이고, 지금 그 빈 구석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준초이는 일본 도쿄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에서 실력을 쌓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광고 사진 작가이면서 예술사진도 병행한다. 특히 인물 사진에 강한 감성 작가로 꼽힌다. 국립부여박물관 의뢰로 2007년 촬영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등 백제 유물 사진은 일본에서 순회 전시되며 호평받았다. 그는 "해녀 얼굴을 촬영할 때도 반가사유상을 찍을 때와 같은 숭고함을 느꼈다"고 했다.

"왜 그런지 알아요? 물속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아. 위는 잔잔해도 아래선 굽이치고. 스킨스쿠버까지 배워서 바다에 들어갔는데 파도에 떠밀려 저만치 내려간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해녀들은 하루 4시간 동안 자맥질을 300번씩 하면서 죽었다 살아났다를 반복해요. 평생 그걸 반복했으니 얼굴이 해탈의 경지에 이른 거죠."

고은 시인이 쓴 축시가 전시장 초입 벽면을 채웠다. "진짜배기 사진은 혼을 빼어 자신의 생명을 길어낸다. 준초이의 '제주 해녀' 연작들은 그런 혼들의 결집이자 혼들의 방생(放生)이다." 7월 3일까지. 내년 4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02)3457-1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