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行 앞둔 코넥스(중·소기업 전문 주식시장) 업체 株價 줄하락 이변

올해 안에 10개가 넘는 코넥스 상장사가 코스닥시장에 이전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이 유력한 코넥스 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넥스 상장사 중 최초로 이전상장을 확정 지은 아진엑스텍을 비롯해 메디아나ㆍ테라셈 등의 주가는 최근 한 달간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코스닥시장 자체의 불황 등이 이 업체들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전상장 심사 앞둔 메디아나, 한 달간 19% 하락

올해 4월 코스닥시장 이전상장 승인을 받은 아진엑스텍은 지난달 9일 이후 1.7% 하락했다. 아진엑스텍은 이전상장 승인 당시 3일 동안 주가가 17% 넘게 오르는 등 순조로운 주가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한 달 새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아진엑스텍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메디아나와 최근 이전상장을 결정한 테라셈의 주가도 각각 19%, 3.2%씩 내렸다. 2월 말 코스닥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메디아나는 올 들어 4개월 동안 116% 가까이 상승했지만, 최근 한 달간은 하락 중이다. 테라셈은 3일 이전상장을 결정했다고 공시했으며 예심 청구를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이전상장할 확률이 높은 업체로 꼽히는 대주이엔티ㆍ아이진의 주가가 한 달 동안 각각 12.8%, 6.3%씩 내렸다.

◇대폭 낮아지는 코스닥시장 문턱

증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올해 안에 코넥스시장을 벗어나 코스닥시장에 이전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이 업체들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할 때 필요한 요건을 일정 수준 완화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이전상장 요건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사 중 평균 시가총액이 300억원 이상이고 상장한 지 만 1년이 넘은 기업은 벤처기업의 기준을 적용받아 코스닥시장에 이전상장할 수 있다.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상장한 지 만 1년이 경과한 기업은 매출 등 외형 조건 없이도 이전상장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전상장 요건을 현재보다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완화될 요건을 정확히 몇 개 업체가 충족하는지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10개 이상은 새롭게 적용될 신속이전상장제도(패스트트랙)의 적용을 받아 코스닥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침체, 이전상장 업체 투자 매력 떨어뜨려

이전상장이 유력한 업체들의 주가는 왜 떨어지는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근본적인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4월 이후 코스닥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570선에서 내려온 이래로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렸으며, 현재는 530선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자체의 거래량이 많지 않으니 이전상장할 확률이 높은 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테마주 열풍이 거세서 코스닥지수가 올랐었는데, 해당 업체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자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며 지수가 다시 떨어지고 있다"며 "코스피ㆍ코스닥지수 모두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것이 그리 큰 투자 매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스닥 이전상장 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재무구조 등이 그리 튼튼하지 않아도 코스닥시장에 쉽게 올라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적이나 재무 건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상장 요건이 완화되면 코스닥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회사들에는 좋은 일이겠지만, 기존 코스닥 상장사들에 비해 탄탄하지 않은 회사가 상장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져 투자자들에게는 무조건 호재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코넥스

코스닥시장의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들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2013년 7월 1일 개장한 중·소기업 전문 주식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