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잃은 중·소형株… 투자금 계속 빠져나가

중·소형주 상승세는 '반짝 강세'에 불과했던 것일까.

올 들어 계속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던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지수가 최근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주 펀드로 연초까지만 해도 자금이 들어왔지만 2월부터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시가총액이 큰 코스닥 상장사 중 일부는 뚜렷한 악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두 달간 외국인·기관 6000억원 순매도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코스닥지수는 상승세였다. 작년 12월 30일 499.99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닥지수는 4월 18일 571.23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1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그러나 최근 두 달간 코스닥지수는 6.6% 하락했다.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로 돌아서, 6005억원 규모 주식 물량을 팔아치웠다. 운용사(투신)의 순매도 금액이 2251억원으로 외국인, 기관투자자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중ㆍ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올 들어 3674억원이 순유출됐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들어온 금액(301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시가총액이 큰 상장사 10개 중 절반의 주가가 올 들어 떨어졌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 SK브로드밴드는 작년 말과 비교해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부진하다가 최근 상승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2011.34에 장을 마감한 뒤 2월 4일 1800선까지 뚝 떨어졌지만 최근 2000 초반까지 올랐다.

◇주가 너무 많이 올랐다… 실적에 대한 우려도

전문가들은 작년부터 중·소형주 가격이 많이 올라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인데, 주가가 오르면서 예전보다 비싼 가격을 줘야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정부가 친(親) 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가총액이 큰 상장사 중심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 국내 증시가 좁은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은 성과를 거둬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자 중·소형주보다는 대형 수출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여기에 일부 기업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내수, 수출 경기가 회복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이 나빴던 기업은 2분기에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CJ E&M 실적 유출 사태가 중ㆍ소형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월 CJ E&M 직원이 일부 애널리스트에게 실적이 악화됐다는 정보를 미리 알린 것이 적발됐다. 이후 기업의 내부 정보보호 규정이 강화되면서 이전에 비해 증권사에 제공되던 정보가 줄었고 중·소형주와 관련한 리포트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제는 대형주 살 때" vs "중소형주 반등할 것"

중ㆍ소형주 강세장은 다시 올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몇 년간 경기가 부진하면서 대형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덜 받았고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앞으로는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ㆍ소형주보다는 대형주로 투자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요즘 경기가 워낙 안 좋아 대형주도 부진한 실적을 내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중·소형주로 눈을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당분간은 중ㆍ소형주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주 중에서도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이 많다"면서 "한두 달 안에 중·소형주가 다시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