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가 만난 고수] "저금리엔 中위험·中수익 추구? 高수익·低위험 해외 투자처 많아"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돈을 버시겠다면 말입니다. 두 가지 고정관념을 버리셔야 해요. '중(中)위험, 중(中)수익이 언제든 최선이다'라는 환상이 첫 번째고요. 국내 주식과 채권, 해외 채권이 아니고서는 도대체 투자할 곳이 어디냐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요즘 고(高)수익, 저(低)위험 투자 기회가 엄청나거든요. 그리고 그 기회는 해외에 넘쳐난답니다."

홍콩 금융 전문지 아시아머니, 아시아 프라이빗 뱅커지에서 거의 매년 대한민국 최우수 프라이빗 뱅크(Private bank)로 선정된 하나은행 PB센터. 국내 시중은행 PB센터들이 최근 박스권 증시, 2%대의 저금리에 꽁꽁 묶인 척박한 환경에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만 집중해야 한다. 은행이 고객에게 위험 상품을 파는 건 본분이 아니다"라고 외칠 때, 하나PB센터의 이형일 본부장(51)은 "전혀! 고수익을 내면서도 위험이 낮은 상품이 많다"며 다양하고도 기발한 상품들을 개발해 고객들을 빨아들였다. 예를 들어 2010년 삼성 SDS의 비상장주식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4년 4개월이 지난 최근 삼성그룹이 SDS 상장을 발표하자 주가가 20만원으로 뛰면서 최근 수익률이 135%로 치솟아 내로라하는 증권사들까지 압도했다. 고객 20만명의 돈 20조원을 굴리는 하나PB센터 고객의 연평균 수익률은 7~10%. 이 본부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중위험 중수익은 나의 삶이 바뀌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데 투자하는 상품이다"며 "내 삶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 고수익 투자에 모험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험하고 도전하라는데, 요즘 상황에서 어디에 투자하라는 것인가?

"국내 금융사들은 지금까지 웬만한 투자 기회를 다 찾았다. 국내 주식과 채권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초과 수익을 얻으려면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야 한다. 미국에 셰일가스 붐이 분다. 최근 셰일가스의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를 짓는 일종의 공모펀드인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를 3개월 전에 시작했다. 셰일가스의 가격은 굉장히 변동성이 크다. 그러나 셰일가스의 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도, 셰일가스를 어차피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은 가격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셰일가스 매장량이 다소 줄어든다 해도 장기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MLP 를 3개월 전에 시작해 200억원 정도 모집했는데, 벌써 수익률이 11.8%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익이 빨리 나버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또 어디에 투자하면 좋은가?

"유럽 부동산을 추천한다.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 같은 나라의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만 유럽 재정 위기 이후 대체로 가격이 30~40% 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올라갈 여지가 많다. 저금리, 박스 장세는 최소 4~5년간 간다. 그렇다면 투자 성과를 1년 안에 거두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 고객들도 벌써 2~3년, 최대 5년을 보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주한 대사관 직원의 임대주택에 5년간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었는데, 연 수익률이 7%쯤 된다. 고수익, 저위험 상품을 노린다면 장기 투자를 생각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 조언해달라.

"포트폴리오의 개념부터 잡자. 무조건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을 10억원 가입할 때 그걸 쪼개 매달 1억원씩 10개월 10개의 통장에 넣거나, 만기라도 달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은 정말 빨리 급변하는데, 투자 포트폴리오가 시장과 연동해 굴러가지 못하면 낭패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많은 금융사가 신흥국 투자에 90% 이상 '올인'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국내는 60%, 신흥국은 20%, 선진국에 20% 투자한다. 어차피 경제가 어려우면 선진국이나 신흥국이나 박살이 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럴 때 이왕이면 안전한 투자처인 선진국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게 내 지론이다."

―하나은행 PB에서는 어떻게 고객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나.

"지난해부터 고객 20만명을 상대로 '포트폴리오 위험 조기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허까지 출원한 시스템인데 수익률, 상품의 변동성 등을 토대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점수를 매겨준다. 고객 20만명을 1등부터 꼴등까지 점수를 매겼더니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한 고객 1200여명이 선별돼 현재 진행 중이다. 10점 만점 중 9.3점(높을수록 고위험) 정도가 가장 위험이 큰 고객인데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브릭스(BRICs) 펀드, 국내 주식으로 가입해놓고 엄청난 손실을 냈다. 그런 고객들은 미국의 주식형 펀드 등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한다. 그렇다고 위험 점수 0점이 좋다는 게 아니다. 진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란, 일정의 손실 위험을 지는 상품에도 가입해 재테크 투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PB는 부자 고객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공격적인 투자가 어렵지 않나.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잊고 사는 게 있다. 최소한 일반인들은 자기 영역 내에선 위험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석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그것에 투자하기 쉽다. 내가 몸담은 직장, 산업이 최고의 투자처인 걸 모르고 돈을 은행 예금에만 묻어둔다. 나도 지난해에 주방 기구와 가전 쪽에 종사하는 지인의 말을 듣고 주식을 매입해 재미를 봤다(웃음). 솔직히 증권사 애널리스트보다 그 업종에 몸담은 사람이 훨씬 전문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제 갓 기업에 취업한 20~30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지갑에 현금 10만원 이상 넣고 다니지 말고, 카드는 매달 50만원 이상 쓰지 마라. 차는 소나타 살 계획이면 마티즈를 사라. 대신 빨리 3000만원을 모으고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라. 월급은 품위를 유지할 정도만 쓰고, 돈을 굴려 재산을 형성해야겠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은퇴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금융 전문성의 수준에 따라 부(富)의 축적 수준도 월등히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