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해외자산 투자에 딱… 합성 ETF 대거 등장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합성 ETF'라고 불리는 상품이다. 12일 삼성자산운용의 합성 ETF 4종목이 상장돼 국내 증시에 합성 ETF는 총 14개가 됐다. 지난 1년간 상장된 ETF 10개 중 6개는 합성 ETF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ETF 중 합성 ETF는 9% 수준인데, 30%가 넘는 유럽이나 홍콩보다 아직 낮아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저렴하게 다양한 대상에 투자 가능

보통 ETF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주식이나 채권을 실제로 사서, 기준이 되는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이 나도록 한다. 대표적인 ETF인 'KODEX 200'은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200개에 가까운 주식을 매매하면서 기준이 되는 코스피 200의 등락과 유사하게 움직이도록 만든다.

합성 ETF는 이와 달리 파생상품을 이용해 기준이 되는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내도록 한다. ETF를 상장한 자산운용사는 증권사와 계약하고, 증권사가 약정된 수익률을 운용사에 제공한다. 운용사가 많은 종목이나 채권을 직접 편입하지 않아도 돼, 여러 나라 지수 등을 기초로 하는 ETF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년 8월부터 등장한 우리나라의 합성 ETF도 다양성이 장점이다. 'KINDEX 합성-선진국하이일드(H)'는 버거킹, 델타항공, 굿이어타이어 등 주로 미국에서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투기등급인 799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ARIRANG 합성-AC 월드(H)'는 미국·영국 등 23개 선진국과 중국·한국 등 21개 신흥국의 중·대형주에 골고루 투자하는 효과를 얻는다.

투자자 쪽에서 바라보면, 합성 ETF는 실물 ETF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일반 ETF 'TIGER 나스닥100'의 운용보수는 0.49%지만, 합성 ETF인 'TIGER 합성-유로스탁스50(H)'의 운용보수는 절반 수준인 0.25%다.

이기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합성 ETF는 직접 실물 자산을 편입하지 않아 운용보수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 위험 피할 수 있어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는 앞으로의 환율을 고민해야 한다. 합성 ETF는 다른 ETF와 달리 '환 헤지'가 돼 있다. 원화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환율 변동 위험이 없다는 것이 투자자에게 꼭 좋은 것이 아니다. 요즘 같은 원화 강세 시기에는 오히려 환 헤지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실제로 환 헤지 돼 있는 'TIGER 합성-일본(H)'는 이달 들어 2.7% 상승했는데, 기초 지수인 일본 토픽스 지수는 3.0% 올랐다. 이 기간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0.7% 하락(원화 강세)했는데, 투자자들이 0.7%만큼 수익률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투자와 환매가 빠르고 쉬운 ETF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환율 흐름이 변할 때 빠르게 투자 대상을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상장한 합성 ETF 5개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영향을 받는다. 삼성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환 헤지가 돼 있지 않아 해당 국가의 기업뿐만 아니라, 환율에 대해서도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성 ETF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된 합성 ETF 5개는 올 들어 수익률을 4~13% 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는 그리 높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ETF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다양한 투자처보다는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단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덱스나 레버리지, 인버스 ETF에 아직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합성 ETF(상장지수펀드)

ETF는 특정 지수나 주가가 움직이는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펀드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합성 ETF는 이 중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지 않고도 파생상품 거래를 이용해 기준이 되는 지수와 수익률이 같이 움직이도록 만든 ETF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