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健保 가입자도 소득으로만 건보료 부과 추진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소득으로 단일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처음 제시됐다. 근로소득만이 아니라 사업·금융·이자·연금소득에 대해 각각 보험료를 매기고, 소득이 없으면 기본 보험료(8240원)를 내는 방식이다. 현재는 직장 가입자는 근로소득에, 지역 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것이 기본 구조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위원장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은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종합 소득으로 건보료를 매기는 10개 모형(160개 방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되 현재 보험료율(5.89%)보다 0.1%포인트가량 낮은 5.7956%를 부과하는 방안을 최적의 안으로 제시했다. 소득마다 건보료를 매기면 건보료율을 약간 낮춰도 건보 재정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그동안 직장에서 퇴직·실직할 경우 소득이 없는데도 재산 때문에 건보료가 오른다는 민원이 많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 가입자는 "환영"

기획단 관계자는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면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28%는 건보료가 오르고, 72%는 내린다"고 주장했다.

직장인의 경우, 소득이 월급뿐이면 현재보다 건보료가 내려가고, 월급 이외에 사업(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는 34.4%(500만명)는 건보료가 오른다. 다만 기획단은 "직장인 가운데 건보료가 인상되는 사람도 절반가량(46%)은 인상폭이 월 1만원 이내"라고 밝혔다.

게다가 그동안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직장인의 피부양자(부모·형제) 2043만명 중 소득이 있는 27.8%(567만명)도 이 방식에 따르면 앞으로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동안 건보료를 내지 않다가 부과 기준을 바꾸는 바람에 건보료를 내게 되면 불만이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역 가입자들은 15.7%(119만 가구)만 건보료가 오르고 나머지 639만 가구는 내려간다. 특히 퇴직해서 소득이 없는 지역 가입자는 재산과 상관없이 가구당 기본 보험료(8240원)만 내면 된다.

이 같은 개편 방향에 대해 은퇴·실직자들은 크게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7세 딸을 혼자 키우는 이모(45)씨는 소득은 없고 재산(전세보증금)은 899만원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1만7780원의 건보료를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기본 보험료로 8240원만 내면 된다. 은퇴자나 실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소득으로 단일화, 방향 맞지만…"

건보료를 소득으로 부과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도 맞다. 지금껏 소득으로 부과하지 못했던 이유는 지역 가입자의 소득자료 파악률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2000년만 해도 3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규식 기획단 위원장은 "건보 가입자의 소득 자료 파악률이 92.2%로 높아져 소득으로 부과하면 직장과 지역 간의 형평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서 일용직의 소득 자료와 연금·금융소득에 관한 모든 자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사업소득의 경우, 필요 경비를 최대 90%까지 빼서 부과되므로 소득이 그대로 반영되는 직장인의 근로소득에 비해 여전히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건보료를 소득으로 부과하는 방향은 맞지만, 한꺼번에 제도를 바꾸면 보험료 인상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이규식 위원장은 "소득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한꺼번에 할지, 단계적으로 할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욱 복지부 건강보험 정책국장은 "기획단 안이 나오면 국민 여론을 더 수렴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면 37년 만의 대개혁이다. 정부는 2000년 건강보험의 직장·지역을 통합하면서 소득으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그동안 지역 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이유로 직장은 월보수(근로소득), 지역은 소득과 재산으로 부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