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수록, 잘 나갈수록 몸이 먼저다

한 주만 해도 수십 권의 책들이 기자의 책상 위로 올라온다. 모두들 자기를 꼭 한번 봐달라고 각기 다양한 사연을 담은 책들이다. 하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평소 자기 관심 분야,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반영하는 제목을 담은 책들에 먼저 손이 간다.

‘몸이 먼저다’, 데스크 위에 놓은 수십 권의 책 중에 단연 먼저 눈길을 끌었던 제목이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무렵,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었다. 보통은 책 제목 -> 표지문안 -> 뒤표지 -> 보도자료 -> 목차 -> 서문 -> 본문 순으로 살펴보는데, 대부분의 책들이 책 제목과 표지 문안에서 판가름 난다. 뒤표지까지 보이지 못하고 따로 정리되는 책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 책은 강렬했다. 그 자리에서 본문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상당 부분 공감이 갔다. 이제 몸 이곳 저곳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40대 중년이 된 지금, 저자는 인생 선배로서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저자는 50대 후반의 ‘아저씨’다. 그의 글은 심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어렵게 말을 돌리지 않는다. 자기가 경험한 말만 쓴다. 삶으로 실험해보고 증명된 것만 내놓는다.

저자는 처음에는 오십견으로 몇 달간 고생하다 운동을 시작했다. 평소에 자기 관리는 꾸준히 해왔지만 나이 들며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 여겼다. 똥배가 나오고, 근육이 줄고,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당연지사로 생각했다. 하지만 트레이너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아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경험한다.

요즘의 핫 트렌드 중에 하나가 바로 ‘몸’이다. 단지 ‘운동’이나 ‘요가’, ‘헬스’를 열심히 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정신’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몸’이란 영역에 대해 전에는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보았다면 이제는 동등한 차원, 오히려 더 중요한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의 성공 비결이 이전에는 ‘강력한 사명감’, ‘철학과 신념’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였다면 이제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몸 관리’가 공통 비결이 되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자.’ 자칫 잘못하면 이렇게 읽힐 수도 있는 책인데도 저자의 경험을 통해 나온 글은 남달랐다. 건강에 대한 ‘지식’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라 2년 동안 자기 몸을 가지고 실험해 본 결과를 써내려 간 ‘실험 보고서’ 같은 글이기 때문이다.

주위에도 이 책을 읽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기자들이 몇몇 있다. 사실 우리 몸은 눈치가 빨라서 금방 살을 빼고 무리를 하면 자기 방어 모드로 돌입한다. 그래서 천천히 몸을 속이면서 조금씩 꾸준히 즐겁게 운동을 이어가는 게 관건이다. 하루 30분 투자로 이런 느낌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기 몸을 알고 운동을 한다는 것은 자기 몸에 맞는 투자 대비 효과가 확실한 몇 안 되는 기회 중 하나다.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조깅을 시작한 적이 있었다. 하루 40분 정도씩 5km 거리를, 일주일에 4~5번 뛰고 난 후에 샤워를 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년 가까이 조깅을 하면서 흘리는 땀만큼 마음이 새로워졌다. 몸은 정직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베푼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돌려줬다. 몸을 먼저 바꾸니 마음이 바뀌고 생각도 달라졌다. 내 몸으로 익힌 유쾌한 경험은 자신감과 충만감을 주었다.

이번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시 새롭게 도약을 준비하려고 한다. 이 책은 20대나 30대 초반이 읽으면 그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몸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치기 시작하는 30대 후반 이후의 독자들에게는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주는 고마운 정보이 될 것이다.


자료제공·미래의창